나라 지키는 벤또 2
(입소훈련)
안경을 쓴 덕분(?)에 방위를 하게 됐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도시락에 교통비 써가면서 출퇴근을 하는건 그리 달갑지만은
못한 생활이었다.
단지 현역보다 근무 기간이 짧다는거였는데 요즘에는 현역도
그 기간밖에 근무를 하지 않으니 격세지감이 있다 할것이다.
용인의 방위 훈련소로 입소하라는 통지를 받은 마지막 일요일
나는 하루종일 방에 누워 잠만잤다.
때마침 집에 오신 작은 아버님이 재는 내일 군데 간다고
하루종일 잠만 자냐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 그냥 웃음이
새어 나온다.
다음날 아침 당시 말로 그것도 군대라고 3주동안
기초훈련 받으러 용인으로 가는데 아버지가 동행을 해주셨다.
그시절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가을쯤(추석 지난 무렵)에
용인 모처에서 바짝쫄아 긴장한 상태로 땡볓 제식훈련에
악을쓰며 군가 합창을 시키던 교관이 안부르는 사람 잡아낸다고
훈련병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그 교관이 나를 지목해서 왜 노래를 안부르냐고 하는데
내가 할수 있는 말은 토할것 같아서 할수 없다고 소리를
칠수 밖에 없었다.
교관이 나를 빤히 쳐다 보다가 자기가 보기에도 죽을동
살동 하는게 거짓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그냥 다른 곳으로
가더라..
그렇게 삼주간 훈련을 마치고 퇴소해서 부대방위로서
출퇴근을 하는 그야말로 나라 지키는 벤또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면소재지에서 일반버스를 내려
줄을 마쳐 위병소를 통과했고 어느 정도 후에는 전용버스가
생겨 그걸 타고 다녔는데 편하긴 했지만 고참이 많을때는
앉아서 가는건 눈치가 보여 되도록이면 앞쪽에서
앉아가려고 노력했다.
그래야만 자리를 보존할수 있었고 만약에 뒤쪽에 앉았다간
자리를 빼앗기지는 않더라도 삼십여분간 무릎에 고참을 앉히고
가야만 하는 곤혹을 치러야만 했다.
입소훈련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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