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지키는 벤또 11
(100킬로 행군)

100킬로 행군 날짜가 잡혔다는 소식이 파다했다.
벤또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현실에 난감해 하고 있었다.
어쩌지 못하는 행군의 날은다가오고 바로 그날이 되고 말았다.
아침 여덟시부터 대대원들이 천만다행인 단독군장에 줄을 맞춰 
정문초소를 나섰다.
벤또를 비롯한 중대원들은 코스가 어떻게 되는지는 알지 못하고
그저 앞사람을 따라서 발길을 내딛을 뿐이었다.
가다가 배식을 먹고 걷고 또 걸었다.
짐작으론 용인에서 안성으로 이어지는 시골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어두워도 행군은 계속 되었다.
눈발이 내리는 밤에 열시가 넘어가면서 십분간 휴식시간이
되자 물집잡힌 발을 군화에서 해방시켜볼 생각조차 못하면서
벤또와 방위들은 얼어붙은 논바닥에 들어 누웠다.
벤또는 십분간이 그렇게 꿀맛인지는 처음알았다.
아니 꿀맛이 아니라 잠시 눈감았다 떴는데 행군의 휘슬이
울렸다.
그렇게 다음날 아침 일곱시경에 위병소를 통해 부대로 
들어섰다.
그리고 바로 퇴근을 하였다.
그런일이 있은 몇일후 위문공연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연병장에 줄을 맞춰 앉았고 이름은 없지만 노래를
잘부르는 가수라는 사람들의 꾀꼬리 목소리를 감상했다.
아쉽게 끝나는가 했는데 이부 순서가 남았다고 한다.
누군가 담요를 펼쳐들고 왔고 그 뒤에는 하늘하늘 휘날리는
옷을 입은 어여뿐 아가씨가 있었다.
그녀가 펄럭펄럭 춤을 추는가 하더니 휘익 하니 겉옷이 벗겨
나갔다.
그녀의 날씬한 몸매에 대대원들은 모두 감탄을 마지 않았다.
그녀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채 내무반으로 걸어 들어 가고 있는데
누군가 큰소리를 질렀다.
야 이놈들아 엉덩이 뒤로 빼지 말고 똑바로들 걸어..
하하하 이소리는 남자라면 다 이해가 가실듯 하다.
그렇게 힘든 부대방위 생활의 한획이 저물고 있었다.

100킬로 행군
종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