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반가운 첫눈이 기념사진이 무색하게
폭설로 변하면서 생쑈를 하고 말았다.
23일 텃밭의 채소들중 추위에 약한 무우는 뽑아서
가져왔지만 그외 배추, 쪽파, 갓등은
종료일까지 두기로 했었다.
하지만 주중에 내린 폭설후 날씨가 영하로 내려간다고
하니 가을내 키운걸 버릴수는 없고해서
저녁에 텃밭으로 향했다.
항상 다니던 주차장에는 눈이 수북히 쌓여 있었지만
입구에 바퀴자국이 있어 별생각 없이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원장님은 가까운 텃밭 농작물의 눈을 치우며 수확하고
나는 좀더 먼 텃밭으로 향했다.
무릎아래까지 오는 장화를 신었지만 눈이 속으로 들어왔다.
텃밭은 햐얀세상으로 텃밭이 어디인지 조차
가늠이 안될 정도 였다.
물통을 기준으로 더듬 거리며 가서 삽으로 눈을 대충 치우고
쪽파, 배추, 갓등을 가져간 바구니에 담았다.
한숨을 쉬며 농작물을 노랑이에 싣고 주차장을 나가려는 순간
출구쪽 얕은 언덕이 바퀴를 썰매로 만들고 말았다.
삽을 꺼내 눈을 치우며 이리저리 차를 몰아 봤지만
자꾸 미끄러지는 통에 나갈수가 없다.
고심끝에 텃밭 관리소로 가 문을 두드렸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냥 나오려는데 누구요 하며 사람이 나왔다.
혹시 염화칼슘있냐고 물어 보니 없다고 하며 왜그러냐고 하길래
사정을 이야기하니 대뜸 한다는 말이
오늘같은날 주차장에 안들어가는게 상식이 아니냐며
자기는 지금 출근해 아무것도 모르니 그냥 알아서
하라며 관리소에서 나가라고 했다.
그러지 않아도 열받은 상태에서 그 무책임한 발언에 폭발하여
주차장은 당신네 책임이 아니냐 최소한 비탈길 부분이라도
제설을 하던지 아니면 주차장을 폐쇄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따지자 자기는 모른다고 나가라고 했다.
그의 하는 말이 너무 괘씸해서 당신 이름 대라고 하며
내가 위사람한테 민원 넣어서 당신이 한 대응방식을 이야기 하겠다고 하자
투덜거리던 직원이 자기가 상사에게 전화를 하겠다고 했다.
거기까지만 보고 나는 다시 차로 왔는데 그사이 원장님은
이리저리 차량을 꺼내 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차는 여전히 미끄러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관리소 직원이 왠일로 미소까지 보이며
쫓아와서 친절하게 다른길을 안내해 주었다.
아마도 상사의 지시가 있었던듯 싶다.
웃는 얼굴에 침못뱉는다고 나도 좀전엔 화내서 미안했다고
말한후 텃밭 주차장을 나올수 있었다.
낭만이라고 생각한 첫눈이 이렇듯 생쇼를 하게 하니
가장 힘든 첫눈의 기억으로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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