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원 광교산 등산을 제데로 한번 해보자
수원으로 이사온지 벌써 삼년이 다돼가는데 광교산을 뻔데있게 걸어본적이
한번없다. 끽해야 초입에 들려 봤을 뿐이다.
어제의 장시간 자전거여행으로 힘이들지만 작정을 하고 나섰다.
먼저 지난번 서호천 상류를 보기위해 갔던 지지대 공영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고속국도 밑에 차를 세우고 만상이라하는 고급한정식집 근처에서 왼쪽으로 길을
들어섰다. 처음부터 가파른 철제 계단이 나타난다.
귓가에는 새소리는 커녕 차들이 빠르게 달리느라 내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
들릴뿐이다. 계단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오르막길이니 숨이차다.
십여분을 더오르자 T자형의 길이 나온다. 누군가 여러사람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수제 팻말을 만들어 놓았다. 오른쪽은 사유지라 길이 없고 왼쪽으로
가라는 이야기다.
오래간만에 걷는 산속 오솔길이라 그런지 헉헉거리면서도 걸음은 재촉이 되고
머리속은 시원하다.
오늘의 등산이 특별한것은 인생사와 비슷지 않을까하는 사사로운 상념 때문
이다.
산에오르며 생로병사, 히노애락을 보고 느낄수 있단 뜻이겠다.
처음 초입의 힘든 계단과 오르막은 태어나기위한 몸부림이겠다.
그리고 T자형은 인생 최초의 부모를 선택하는 산고의 갈림길 이다.
조금더 길을 걷자 넓직한 길과 연결이 된다. 인생으로 치면 드디어
시집살이가 시작되는 유치원등 교육의 길로 들어선거지...
조금더 가자..등산배낭까지 챙긴 느릿느릿한 걸음의 인상좋은 아저씨가 나타난다.
그분에게 루트를 물어 보니 헬기장까지 가보는게 좋다며 삽십여분 걸린다
고 상세하게 팻말을 보며 알려 주었더...인생의 멘토를 만나거지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인생을 살것인지를..
조금더 걷자 여러방향에서 들어온 사람들로 산속길이 북적북적하다.
남자끼리 시커먼 등산복을 입고 온 사람들에 여자 세명이 화려한 에베레스트
오를때나 입는 고어텍스옷으로 치장한 사람들에...
드디어 사회생활에 들어서 소셜네트워크를 구축해야하는 치열한 경쟁을 하게됐다는
거지...
그중에 나이드신 분과 젊은 남녀 한쌍이 같이 가는 그룹은 직업이 운수업 이신지
그분야에 대한 옛날 이야기를 즐겁게 하면서 걸어 가고 있었다.
그렇치 직업을 어느걸 선택할지 고민하고 있는거지...
헬기장에 올라서면 사방이 다 보일줄 알았는데 나무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왼편 의자에는 남자 두분이 앉아 김밥을 들고 있고..오른편에는 여자
분 혼자 물을 마시고 있다. 그리고 더 깊숙한 나무그늘에는 몇몇 사람이 더
보인다. 인생의 반환점에서 최고점에 도달한 순간인데 모든걸 다 달성 했다
싶지만 직장이든 가정이든 인생사를다 통제할수는 없다는 걸 알게 되지...
되돌아 내려 오면서 음악을 듣고 있는데..슈퍼스타K 시즌4의 좋은 노래 유승우의
마이썬드에 리듬을 타니 힘도 덜들고 흥이 나더라..
인생을 즐기게 되거나 어쩔수 없이 접대를 위해 음주가무에 빠져들기 시작 하는거지..
하산길을 좀더 하자...벤치에 남자 노인분이 누워있고...여자분이 목을
주무르면 여기가 아프냐고 묻고 있었다.
아 산전수전 겪으며 나이가 들자 온몸이 아파오기 시작한거지..
좀더 길을 가자 앞에 세분의 오십대 중후반의 아주머니들이 즐겁게 가고 있
었다. 집안이야기를 하던 그분들 앞에 베기티셔츠, 레깅스에 힐을 신은 화장이 진한
예쁜 여자분이 스쳐가자...뒤돌아서 손가락질을하며 쑤군대기 시작했다.
그렇치 이건 인생중년에 삶이란게 별거 없다며 여자문제가 발생함을 의미하지...
넓은 길에서 오솔길로 접어 들자 이번에는 수녀님들 4~5분이 줄지어 나타난다.
인생 말년에는 삶의 무의미성을 깨닫고 종교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
은가...
힘들게 내리막길을 터덜터덜 내려와 다시 만상 한정식 집에 섰다.
세시간여의 광교산 산행에서 짧은 인생사를 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