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동 팔팔막회에서 회식이 잡혔다. 그곳은 낮시간대에 운동하러 자주 다녔던 장소로서 낯설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저녁에 들른 골목은 완전히 다른곳처럼 다가온다. 멤버가 구성이 되고 모두 안으로 들어가 구석에 한테이블당 4명씩 자리를 잡으니 상당히 비좁아 보인다. 나는 갇힌다는 느낌을 몹씨 싫어하니 가장자리를 차지 했다. 젓가락을 께지락 거리고 있다 유리 너머로 보니 꽤나 큰 방어가 수족관을 헤엄치고 있다. 그런데 그의 눈이 왠지 슬퍼 보인다. 잠시후 비통한 표정의 원인이 여실히 들어난다. 마치 해설서가 차려지듯 테이블위로 해산물, 방어회,일반회가 각각 1접시씩 올라왔다. 일단 배고픈김에 방어눈이 슬프던말던 맛있게 먹었다. 그러다 참 인간은 잔인하단 생각이 든다. 술좋아 하는 분들이 고래술을 마시고 있음에도 회의 양은 줄지 않고 있다. 회가 맛이 없어서도 아닐진데 말이다. 그 먹기 힘들다는 고등어회까지 올라와 있어 아귀처럼 한첨 씹어보니 비리긴 하지만 다른것에 비해 무척 부드럽다. 그래도 남은 회는 방얻어 있는 민생고를 걱정하는 이들이 가지고 갔다고 하는 후문이 들린다.
때맞추어 찾아온 기회에 천안남문중앙시장에 있는 시골손칼국수를 찾아갔다. 들어서니 젊은총각이 친절한게 안내를 해준다. 홀은 안측과 바깥측으로 나뉘어 있고 젊은 손님과 나이드신 분이 섞여서 점심으로 대부분 칼국수를 먹고 있다. 음식값은 선불인데 현금만 받는줄 알았으나 그런건 신경을 쓸필요가 없었다. 칼국수를 주문후 넓은곳에서 혼자 먹기 뭐해 안측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에도 손님이 절반정도 차있다. 얼마간 앉아 있자니 총각이 물과 김치는 셀프라고 알려준다. 솔직히 사천원짜리 칼국수가 무에 그리 맛이 있을까 했다. 하지만 양은 일단 적지 않아 보인다. 국물을 떠먹어 보니 비리지 않고 구수한것이 먹을만했다. 혹시하는 의심으로 맹물에 고향의 맛이라는 다시다좀 풀어낸것인지는 몰라도 마실만 했다. 면또한 쫄깃한것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다만 김치는 입맛에 맛지 않는다. 내가 매운걸 싫어해서 그냥 먹었지만 양념장을 넣어 먹으면 또다른 매콤한 맛을 느낄수 있을듯하다. 시골손칼국수에서 한끼정도 해결하는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전에 해신탕을 먹으러 갔던 조리고에 점심으로 코다리 조림을 먹으러 갔다. 봉명역건너 오래된 건물들 사이에 철재외관을 하고 있는 조리고는 눈에 확띤다. 안으로 들어가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미리주문한 코다리 조림이 나오는데 시래기가 곁들여 있다. 일단 외관은 수원에서 먹은 진떼배기의 코다리 조림과 비슷한데 맛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다. 진떼배기가 맵고 짜고 완전한 단짠음식이라면 이곳 조리고의 그것은 약하게 맵고 짜지 않고 밥하고 먹으면 코다리살은 약간 싱겁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 단독입적으로 어느것이 더 입맛에 맞냐고 하면 좀더 자극적인 진떼배기가 한번 먹기에는 좋았다. 장기적으로 먹는다면 위에 안좋을것 같아 조리고를 추천하겠다. 우선 미역국이 나와 작은공기에 덜어 먹으니 심심한것이 한그릇 더먹게 만든다. 김에 코다리와 시래기를 얹어 입에 넣으니 간이 먹기에 딱맞다. 배고픈김에 밥한그릇을 다먹고 나니 바로 옆에 사이드디시 테이블이 보인다. 물말은 누릉지 한그릇과 달디단 밥풀과자를 먹었다. 오래간만에 구내식당으로부터 해방된 맛을 느낄수 있다. 같이간 분들중 알콜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막걸리를 마시고 아닌 사람들은 사이다를 주문했는데 사이다는 테이블 마다 반이상씩 남아 있다. 나같은 경우에는 알콜을 마시면 즉시 얼굴색이 변하니 낮에는 금주가 요구되고 사이다 보다는 아무래도 누릉지를 선호하니 두그릇을 마셔댔다. 에이..근데 물을 많이 마시면 계단 내려가 화장실 가기가 싫어서 금주가 아니라 금수를 해야하는데..어쩐다냐.. 아 그리고 일반밥 보다는 돌솥밥이 훨 풍미가 살아나니 선택하시는걸 추천 드린다.
점심식사로 근무지에서 가까운 거북이전복으로 7명이 함께 갔다. 우리가 갔을 때는 손님이 없어 편하게 앉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사람수대로 테이블을 나눠 전복 4개와 3개를 시키자 남자 사장님이 팬에 버터를 바르고 전복과 대패삼겹을 구었다. 그런다음 그것들을 가늘게 자른후 마늘, 버섯등과 같이 각자의 접시에 담아 주었다. 우리는 마음이 가는 묵은지, 와사비등을 첨가하여 맛나게 먹고있을때 여자 손님 한테이블과 남자손님 한테이블이 들이 닥쳤다. 그때부터 남자사장님 손이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서빙을 받을수 없게 되었다. 자발적으로 삼겹을 구워 먹었고 볶음밥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 먹어야 했다. 그러니 밥을 거의 다먹고 나서야 반숙 계란이 더 나와야 한다는걸 메뉴판을 보고 알았다. 늦게서야 사장님이 가져다 준 반숙을 먹으며 입가심을 하였다. 다른 이야기지만 점심시간이라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소맥을 마셨지만 우리네 같이 소주 한잔에도 표시가 나는 사람들은 맹숭맹숭하게 밥만 맛나게 먹었다. 계산하면서 사장님이 하는말씀 낮에는 손님이 별로 없어 혼자 했는데 오늘같은 경우는 꽤나 드물거라고 이야기 했다. 가게를 나오며 우리가 돌발변수라고 들리니 좋아해야 할지 까탈스럽게 사장님을 탓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주절거리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22년 마지막 전기만의 회식이 있었다. 이번에는 방어회로 정했다고 했는데 갑자기 소고기 전문점 신방동 마블드 한우로 변경이 되었다. 주최자가 잘아는 사람을 통해서 소개받은 장소로 개업한지 얼마 돼지 않는다고 재방문이 걸린 맛평가를 강요받은 사람이 몇명 있었다. 먹은 메뉴로는 육회, 치마살, 새우등심, 부채살과 냉면이 있었다. 육회는 특별한 강점을 찾을 수 없었고 소고기는 와사비에 먹으니 육즙이 괜찮았는데 그중에서도 새우등심이 씹는맛은 제일 나았다. 하지만 그건 나의 개인 의견이고 치마살이 더 좋다고 말한사람들은 대부분 젊은이들 이었다. 이번 회식에는 전에 없었던 두사람이 늘어서 그런지 건배사가 난무 하고 마지막에 헤어질때에는 손을 모으고 파이팅까지 했으니 그야말로 손발이 오그라듬을 느낄수 있었다. 회식은 6시에 시작해서 8시 조금 넘은 시간에 끝났으니 아주 적당하다 할것이다. 돌아가는 길을 쌍용역으로 갈까 하다 방향이 맞은 세명이 택시를 타고 천안역까지 와서 헤어 졌다. 나는 수원으로 다른 한명은 두정원룸으로 또다른 한명은 호텔로 각각 향했다. 헤롱거리며 구로행 전동열차 좌석에 앉아 나같이 술에 약한 사람들은 년말 송년회를 어떻게 보낼까가 걱정일것인데 왠만한 술자리가 모두 끝이 난것 같아 참으로 다행이라고 여기며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연말 발주처와 회식이 있었다. 올해들어 3번째의 회식이지만 다들 편하지만은 않을것이다. 고용주 대리인 입장인 사람들과의 회식이라는건 접대의 의미가 있어서일게다. 퇴근시간이되어 쭈꾸미네로 몰려갔다. 아랫것들이 자리잡고 앉아 있으려니 맹숭맹숭한것이 영 아니다. 장군같은 몸짓에 목소리까지 사단장급인 여주인이 밑반찬을 깔아주자 그걸 께지락 거리며 몇젓가락 입맛을 다시고 있다. 위에것들은 그나마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대기좌석에서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기다린지 사십여분이 지나자 그때서야 그들이 왔고 상위의 귀빈인 쭈꾸미 샤브샤브가 차려졌다. 이제 장군여주인이 나설 차례다. 샤브샤브 국물이 끓고 있자 낙지만한 싱싱한 쭈꾸미를 가지고와 주변사람들에게 조심하라고 소리를 친다. 쭈꾸미가 주변으로 먹물을 쏠까봐서일까? 살짝 데쳐진 쭈꾸미 머리는 샤브샤브 국물속으로 들어가고 다리는 한번더 데친후 생채와 콩나물 그리고 무쌈에 싸서 먹는다. 쭈꾸미의 꼬들꼬들함과 생채의 아삭함이 겹쳐지면서 입속에서 식감이 살아 난다. 다리를 다먹고 나면 머리를 꺼내 먹어야 하는데 이때는 주의사항이 있다. 그것을 꺼내자마자 입속에 넣고 씹었다가는 입안을 모두 데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한참을 식힌다음에야 천천히 먹으면 꼬소한 맛이 올라온다. 이제 샤브 국물은 먹물을 품어 거무죽죽하다. 이것이 사람몸에 좋다고는 하는데 의학적으로 검증된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아무튼 짭쪼름해진 국물에 칼국수를 넣어서 먹고나면 배속이 따뜻해지며 더이상 다른것을 먹을수 없을 정도로 포만감이 올라온다. 나야 술을 좋아하지 않아 속을 채우는데 주력하지만 다른 주류파들은 열심히 알콜을 들이키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는 이제사 시작이니 말릴 길이 없을 것이다. 적당한 시간에 전동차에 맞추어 그들만의 대오에서 살짝 이탈해 본다.
천안근무지 주변을 점심시간 범주의 한시간안에 돌아 보기를 십여개월 하니 더이상 갈곳이 없었다. 그러다 네이버 지도를 이리저리 살펴보다 청수호수공원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한가지 아쉬운것은 천안만수사도 거리상 어렵게 다녀 왔는데 이곳은 더 멀다는것이다. 지난번에는 식사시간까지 투자하였으나 웰스빌아파트에서 방향을 잘못잡아 힘만들고 결국 호수는 구경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천안에서 걸어가서 볼수있는 호수가 있다는데 안가볼수는 없지않은가. 다시한번 힘을내여 11월 22일 11시 57분에 봉명역 사거리에서 출발을 하였다. 많이 다녀온 일봉산자락을 보며 만수사 앞에서 용곡교철길 건널목으로 향했다. 웰스빌 아파트를 좌측으로 보며 걷다보면 불명의 다리가 나오고 그 하부로 태조산으로 부터 제법 깨끗해 보이는 냇가가 흘러오고 있다. 다리를 건너면 좌측으로 극동아파트의 지하기초부분이 건설중이고 우측으로는 경부선 열차가 달려가고 있다. 극동아파트 건축현장에서 좀더 가면 주유소가 나오고 그앞에 소나무 조경등이 보인다. 누가봐도 저기가 호수임을 단번에 알수 있다. 호숫가를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며 작아도 물을 볼수 있다는 기대감에 성큼 길을 건넜다. 그러나 막상 본 호수는 갈대숲등으로 덮혀 있어 기대했던 철새가 물위를 헤엄치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웠다. 아쉬운 마음이지만 그래도 주변 아파트등을 둘러보고 되돌아 오는길에 지하차도를 건넜다. 칼국수집이 나왔다. 점심을 안먹고 왔다면 한접시 먹고 싶은 깔끔한 외관이다. 냇가를 따라 걷다 보니 지난번에 봤던 공사지점에 강태공이 2명으로 더블링이 되어있다. 도심을 통과해 온 하천에서 낚시질이라니 뭔가 부조화 스럽다. 반환점을 힘들게 돌아 오는데 오리와 놀고 싶은 것인지 지난번 구박덩이 왜가리가 그들 틈에 서있다. 사무실로 돌아오니 13시 5분이다. 한정된 시간에 걷기에 멀긴 먼곳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 잡초로 덮혀 있지않은 물만의 호수를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한것이 실망감으로 다가오는 청수호수공원을 찾다가 되었다.
이번달 회사의 회식에서는 천안 다가동에 있는 굴이야기에서 하기로 했다. 굴보쌈정식이 1인당 17,000원인데 2인분부터 주문을 받는다고 하니 기본 34,000원이 있어야 맛을 볼수 있다는 이야기다. 밖에서 보면 불투명한 유리로 문을 연것인지 구분이 잘 가질 않아 정기 휴무일이 월요일이라고 써논 안내문을 보고서야 안심하고 들어섰다. 일찍 갔음에도 가게 안의 좌석은 절반이상이 손님으로 차있다. 그런데 홀이 일반가정집을 수리해서 좌우에 단차가 있고 머리조심이라고 적혀있는데 여기서 키에대한 자부심이 있는 분은 머리를 일부러 찧을수도 있겠다. 단차가 구분되는 천장에서 내려오는 벽체에는 굴집답게 굴껍질로 장식을 해놓았다. 굴보쌈정식은 생굴과 무우무침, 굴전,돼지보쌈등이 주메뉴이고 그걸 먹다보면 굴몇개 얹어진 돌솥밥 이 나온다. 밥을 양념간장에 비벼 먹으면 허한속이 찬다. 나같은 경우는 생굴 특유의 비린내를 싫어하는 편인데 무우무침에 먹으면 비린내를 잡아 주어 먹을만 했다. 그나저니 내속이 잘못 된건지 몰라도 배부르게 먹은 굴보쌈의 영양가를 몸으로 흡수하기도 전에 모두 내보내야 했다. 다음날 다른 분들은 별말 없는걸보면 내가 갑자기 생굴을 많이 먹어서 벌어진 탈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