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으로 고구마를 캐러가서 힘든일만 있었던건 아니다. 물론 농사일을 하다 가니 흙이 묻어 엉망이 차림으로 가긴 해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곳만의 맛집이라고 하니 기대가 만빵이다. 만리포를 지나 천리포로 들어서 현대식 건물에 천리카페라고 쓴곳으로 들어서니 1층은 식당이고 2층은 카페라고 한다.
짜글이라는 이름에서 소금이 많이 들어갈거 같은데 국물없이 아나고만 먹으니 슴슴하니 먹을만 했다.
그리고 2층카페로 가 커피한잔하면서 천리포 닭섬이 보이고 그아래 모래사변에는 텐트족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있다.
그중에서도 거대한 텐트를 혼자 힘들게 세우던 딸둘의 아빠가 기억에 남는다. 몇번가다 힘들면 다시는 캠핑 안가려고 할듯 싶다. 그리고 그옆 도로에는 수즈키등 일본 오토바이들이 줄을 서있다. 아...한번 타보고 싶다.
저녁에는 만리포의 선창횟집으로 가서 신선한 회를 먹으며 만리포 해변의 을긋블긋한 네온사인을 보니 만 하루가 지났음에도 몇일을 보낸듯 싶다.
태안에 와서 고구마 캐기 체험도 하고 맛난것도 먹고 실패했지만 해루질도 해보고 멋진 야경도 보니 이게 인생사는 맛이 아닌가 싶다.
그중에서도 특정 분야는 자격증 따서 진입을 해보면 그안의 허들은 아주 가관이다. 초급, 중급, 고급의 의미없는 구분에 기술사를 따야지만 준다는 특급이라는 것이 있다. 기술사가 아닌데 특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전에 경력만으로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다. 감리로 취업을 해본 사람이라면 특급 아니면 가서 시다 역할만 하는것이지 무슨 보람을 느낀다거나 하는건 없어 허전맘이 들때가 많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또다른 허들이 있는데 그건 PQ 점수다. 아파트공사에 참여를 해야만 100% 인정을 받을수 있다고 하니 이점수를 채우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이번에 통신감리의 특급자격이 자격증에 경력을 추가해서도 가능해 진다고 하여 해보려고 하는데 이는 꼭 이분야를 해본다기 보다도 특급이라는거에 설움이 많아서 그냥 혹해서 발급 받아 보려고 하는맘이 더 클것이다. 그래서 같이 근무하는 통신감리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고 하니 그분이 아주 냉소적으로 그냥 전기를 하지 뭐하러 경기가 죽어 현장이 없는데 초보감리를 누가 쓴다고 통신을 하려고 하냐고 사람 기를 꺽는 소리를 해대더라. 여기서 인간성을 볼수 있는데 사람이 도전해 본다는데 그냥 응원을 해줄수는 없는것일까. 물론 건설 경기가 하강 국면이고 통신 특급감리 자격자가 많아지면 기존기술자들이 불안에 떨수밖에 없는 바는 충분히 공감은 가지만 그분의 말이 자기들만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맘으로 하는 말이 아니길 바라본다.
친척중에 태안에서 고구마를 심는다고 했다. 6월에 내려가 고구마순을 심고 올라왔다. 그런지 4개월후 고구마를 캘거니 내려오라고 했다. 이번에는 기계로 캘거라 힘안들고 거저 줍기만 하면 된다고 하니 호기심에 주말에 내려갔다.
고랑이 5줄이지만 길이가 길어 꽤 많은 편이다. 긴밭 초입에 금요일에 내린 비로 물이 고여 있다. 뿌리채소 수확용인라는 도구를 단 경운기가 도착해서 밭으로 들어 가는데 바퀴가 빠지고 만다. 실갱이를 여러차례 했지만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농사짓는 주인이 집으로 삽을 가지러 간사이 남아 있는 사람들은 호미와 삽으로 고구마를 캐기 시작했다. 2고랑 정도 허리아프도록 캤는데 작년에 비해 수확량이 못미친다고 했다.
겨우겨우 경운기가 밭으로 들어와 힘들게 지나간 자리는 순을 들어올리면 그냥 고구마가 그대로 딸려 올라온다. 고구마 캐기가 훨 수월해졌다. 캔 고구마를 큰것과 작은것으로 구분해 자루별로 10kg 씩 나눠 담았다. 온몸의 근육통으로 힘든 하루 였지만 좋은 사람들과 만리포, 천리포의 맛집도 가고 하니 이보다 좋치 않을수 없다.
수원시에서 시행하는 탑동시민농장에서 텃밭을 하며 22년에 이어 24년 올해도 고구마 농사에 실패 했다. 22년에는 한고랑을 캤는데 거의 고구마가 나오지 않았고 그때는 순이 성하면 고구마가 안지 않는다는걸 처음듣고 그런가 하면서 대책없이 당했지만 24년 올해도 마찮가지로 별소득 없는 고구마 농사는 참 어이 없다.
5월달에 고구마 순을 사서 심었으나 추운 날씨와 가뭄으로 3번에 걸쳐 추가 식재를 해야 했다. 그리고 10월 중순 6고랑을 캐봤으니 고구마가 아예 없는 줄기가 대부분인다.
이래서는 아기들 고구마 캐기 체험은 어려울듯 싶다. 3고랑을 남겨 놨으나 별 소용 없을것 같아 캔자리에 임시고랑을 하나 만들고 그곳에 고구마를 몇개 묻고 아기들이 캐는 체험을 할수 밖에 없겠다. 만약에 내년에도 체험텃밭을 할수 있다면 고구마를 올해의 쓰라린 경험을 토대로 잘 지을수 있겠다 싶다. 우선 고구마 식재를 5월 초보다는 온도가 올라가는 5월 말에서 6월 초에 심고 식재한후 일주일 동안은 계속해서 물을 공급해 줄예정이다. 또한 고구마 줄기가 성해지는 7월과 8월 경에는 바닷물을 민물과 1대2의 비율을 섞여 일주일 간격으로 3차례 잎에 뿌려주어 영양성장에서 생식성장을 할수 있게 해볼 예정이다. 그리고 고구마를 심을 텃밭에는 봄초에 아예 거름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처음 개간한 토지가 아니고 지속적으로 텃밭으로 사용된곳은 전해에 그곳에 누가 무엇을 농사 지었고 거름을 얼만큼 줬는지 알수 없으니 과도한 거름은 고구마 농사를 망치는 지름길일 것이다. 내년에 텃밭을 다시 할수 있다면 올해처럼 처참한 고구마 수확 성적표를 받아 들지는 않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