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시간에 물을 한겁마시려고 정수기로 다가갔다.

물을 마시며 앞에 붙어 있는 검정과 붉은색을 섞어가며
써져 있는 대자보 비스무리 한걸 읽어보고 어이가 없어 
한마디 하고자 한다.
거기에는 정확히 글자가 같지는 않지만 대충 이런식으로
쓰여져 있었다.
왜 물을 뜨러 왔다 물통에 물이 없는데 교환하지 않고
그냥 가는가
다른 사람이 교체한후에 다시 와서 물을 받아 가는가
는 식으로 누군가를 탓하는 문구로 A4가 점철되어 있다.
얼마나 화가 나서인지 문맥도 약간 어설픈게 어린애가 
써내려 같듯 싶다.
물론 화가 나겠지.
물이 비었으면 교체해야지 왜 안했을까
위의 글을 쓴사람외 사무실의 모든 사람들이 잠재적 범죄자이니
변명을 한번 해보자
물론 물통한번 교체하는 힘을 아끼고자 그랬을리는 없다고 보고
물이 어느정도 있어 교체하면 넘칠거 같아 안했을수 있고
또 건강이 좋치 않아 못했을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시각차가 있으나 이말또한 틀리다고만 할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대자보를 써붙힌 놈에게 한마디 해보자
이놈아 그렇게 물한통 교체한게 그리 억울하더냐
만약에 그렇다면 너도 갈지 말고 물마시지 말고 버티면 되지
않겠냐
제 3자가 열받으며 교체한후에 가서 마시면 돼지..
그리고 물통을 꼭 비었을때 간 사람이 갈라는 법은 어디에 있는거냐구
니 말대로 논조를 이런식으로 끌어가면 먼저 물통에 담겨 있던
물을 가장 많이 마신 사람을 골라서 그에게 교체하라고 하는게
타당하지 않겠는가
또한 그런게 분통이 터지면 둘이 멱살잡이를 하던 어떻게 하던
그러는 사람한테 한바탕 화풀이를 해야지 왜 애먼 사무실 모든 사람들
물마시다 체하게 그런 문구를 거기에다 붙혀 놓는거냐 말이야
그럴 배짱이 없으며 그런 초등학교 교실에서나 일어날거 같은
짓거리좀 하지 마라 말이야

얘야 그렇게 밴댕이 소갈딱지면 그 사건이 일어났을때 바로 
화풀이를 해대...소심하게 대자보 같은거 붙히지 말고 멍충아
그리고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생각 해봐
자신이 사무실 공적 일에 얼마나 희생정신을 발휘했는지
사무실 바닥 한번 쓸고, 걸래질 해봤는지
냄새나는 화장실 물청소 한번 해봤는지
쓰레기 봉투 여며 한번 버려 봤는지

글씨체를 보면 누군지 짐작이 충분히 간다
갑자기 군기반장 노릇하고푼 놈일거라는거 충분히 알수 있다.
이 밴댕이 소갈딱지야

그는

힘들다 하지 않네
지친다 하지 않네
말을 하지 않네

마뜩하지 않아도

힘들다 해주지
표현을 해주지
양치기 소년이라 해주지

그는

혈로 말하네
뇨로 말하네
숫자로 말하네

그래도

달려도 보고
걸어도 볼테니
힘을 내볼 수 있니


그 옛날의 라디오 방송

오늘 지루한 오후 시간에는 
유투브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그러다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라는 그 옛날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었다.
플레이를 클릭하자 흘러나오는 11시를 알리는 시그널뮤직
그 음악은 나의 가슴을 순간 멈추게 한다.
이어지는 아듀 졸리 캔디와 이종환의 낯익은 목소리는
멈춘 가슴을 쿵쾅거리게 한다.

왜일까
나의 젊은 시절 그닥 좋을것도 신날것도 없이 무미
건조함만 남아 있는데 왜 설레는 걸까
그시절 잠도 못자고 다니던 공장 생활에 지쳐서 듣던
그 방송이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였는데
그게 내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는 이유는 뭘까..
나의 근심의 시작이 었을 그 시절이 가슴속을 후벼파는
건 왜일까
그건 그시절에 그리운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것이다.
다시는 돌아갈수 없는 그시간 그사람들...
특히 전등불아래 라디오를 들으며 만화를 그리던 형의
모습이 아려한 삽화로 다가 온다.
그옛날 이종환 방송에 출연했었던 무용담을 떠벌리던
형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 형이 허무하게 사라지고 난후 아니라고 해보지만
문득 문득 다가오는 
그옛날의 향수가 나의 가슴을 후벼파는 비수가 되어 온다.
아 오늘 오후는 가슴이 먹먹하다 못해 
쓰려오는듯 하다.
다시는 다가갈수 없는 사막같은 시간대가 
이리도 그리워지는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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