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자는 오늘도 봉명초등학교 밑에 있는 봉명 1공원을 몇시간째 배회 하고 있다.
걷기운동기구를 30여분 하다 벤치에 앉아 멍하니 앞의 나무를 바라다 보다 공원주위를 돌다 하며
속에 가득찬 화기가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공원의 고목위에서는 오늘따라 그녀의 속을 알고있다는듯 까치 두마리가 깍깍 거리며 분가를 서두르는듯
머리위를 어지럽게 날아 다니고 있다.

임현자는 공원에서 가까운 천안 봉서산 아이파크 아파트 105동에 살고있다.
그녀는 예전부터 며느리를 맞는다면 시어머니와 며느리사이가 아닌 엄마와 딸같은 사이로 지내고 싶다는 소원을 주님께 빌고 또 빌었었다.
그러던 중 그녀의 외동아들이 결혼을 하게 되었고 며느리가 들어오면서 아이파크 42평에서 같이 살게 되었다.
그녀의 며느리는 결혼후 6개월까지는 기존 직장을 계속해서 다니고 있었으나 코로나로 인한 경영악화로
집에서 쉬게 되었다.
집에 같이 있게 되면서 임현자는 딸같은 며느리가 그렇게 어려운건지 처음 알았다.
임현자와 며느리 사이는 사무적인 말만 하면서 더욱더 서먹해지기만 했다.
그녀가 살가운 사이가 되기 위하여 며느리에게 같이 장을 보러 가자고 하면 집에서 할일이 있다고 어머니 혼자 다녀오시면 안되냐고 하는가 하면 시장에가서 오늘 살것에 대해 상의하기 위하여 전화를 하면 통 받지를 않았다.
힘들게 돌아와서 왜 전화를 받지 않았냐고 물어보면 다른일에 집중하느라 핸드폰을 묵음으로 해서 듣지 못했다고 할 뿐이었다.
그리고 점심을 같이 먹을 요량으로 요리를 하면 어머니 혼자 드시라고 하곤 본인은 그냥 커피에 토스트면 
족하다고 할 뿐이었다.

어느 조용한 주말 임현자가 아들 고유남을 불러 자신은 딸같이 대하고 싶은데 며느리는 그게 아닌거 같다며 약간 서운 하다는 말을 했다.
고유남은 아내 유언순을 데리고 천안천 건너 아베크로 가서 시원하고 달달한 아이스카페모카 두잔을 시킨후 임현자의 말을 전했다.
유언순은 나도 친엄마같이 살갑게 지내고 싶지만 그건 머리로만 그럴뿐 실제로는 어머니가 어려워서 같이 있으면 신경쓰이고 힘들어 잠시도 같이 있고싶지 않다는 거였다.
그리고 결혼한지 6개월밖에 안됐고 또한 집에서 같이 지낸건 몇주 정도이니 서로 노력 하다 보면 많이 좋아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러한 유언순의 말들을 듣고 고유남은 어느정도 공감을 하고 있었다.
그들도 연예할때는 그들 사이를 가로막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 했지만 막상 결혼한후 6개월이 지나자 서로간에 사소한것이 맞지 않아 불협화음이 생기기 시작 했으니 말이다.
유언순이 고유남이 집에 들어오면 여기저기 양말을 벗어 던지는 것부터해서 화장실에서 서서 일을 봐 오물이 여기 저기 튀는것등을 지적 해 오는 터가 아니던가..
거기다 고유남은 사용한 수건은 말려서 몇번 더 사용하는 반면 유언순은 한번 사용한 수건은 바로 세탁기로 보내 빨아 쓰는것 조차 서로 맞지 않아 한동안 고생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서로간의 카르마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허용해주던가 아니면 서로간에 타협이 필요하지 않던가...
고유남과 유언순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후 집으로 돌아왔다.
고유남은 어머니 임현자에게 아내 유언순과 한 이야기를 전하며 너무 조급해 하지 마시고  조금만 참고 인내해  주시면 고부간이 많이 나아지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

그후 이러저러한 노력을 기울이며 일년여가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임현자와 며느리 유언순 사이는 서먹서먹하다.
임현자가 아파트 노인정에 나갔다 들어오면 며느리 유언순은 친구와 전화로 신나게 떨던 수다를 뚝 멈추고 말았고 약속이 있어 밖으로 나갈때면 표정이 그렇게 밝을수가 없었다

많은 노력이 있었음에도 사이가 좋아 지지 않자 임현자는 며느리의 눈치를 보기 시작 했다.
며느리 친구가 집에 오는경우만 봉명공원에 나와 배회 하던것이 요즘은 아침만 먹고 나면 공원으로 나서고 있다.
오늘도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에 골몰해 있는 임현자는 아파트구매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투자한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작은 평수 2채를 구입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번주는 아들에게 분가해 줄것을 요구하리라 굳게 마음 먹고 있었다.

이러한 결정을 하기까지 임현자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고뇌하고 있었다.
애시당초 시어머니와 며느리사이는 엄마와 딸이 될수 없었다.
2,30여년을 다른집에서 태어나 살던 사람들이 갑자기 결혼이라는 제도아래 묶여 같이 살면서 살갑게 산다는건 어느 누군가에겐 많은 스트레스의 굴레에 빠져들게 하는건 아닌지 다시한번 곱씹어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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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고육나는 얀성초등학교 반동창회에 나서고 있다.
50대 중반인 고육나의 초등학교 반은 남자 32명 여자 30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반동창회에 꾸준히 참석하는 인원은 남자10여명에 여자8명이 다였다.

최근 몇년동안 계속해서 초등학교 모임에 참석 하고 있는 고육나는 자신이 이 거지같은 모임에
계속 나가는 이유에 대해 오늘도 골똘히 생각 하고 있다.
3년전 처음으로 동창회 모임 초청장이 핸드폰으로 도착 했고 그는 수십년만에 만나는 친구들의
모습이 얼마나 변했을까하는 호기심에 덜컥 참석 하겠다는 동의서를 보냈었다.
얀성 서운산 자연휴양림 석남사 근처 소나무 펜션에서 첫모임을 갖었을때는 소박하게 삼겹살
바베큐에 소주 한잔씩 하며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반창회가 시작이 되었다.

그의 반창회는 처음의 소박함에서 시작 했으나 갈수록 이해 타산적으로 변해갔다.
자동차 세일즈맨을 하는 회장이 하는 일은 툭하면 A가 어느학교 교장으로 승진했으니 축하한다는 
안내문을 보내거나 모임에서 B가 공무원으로 면장직에 임명 됐으니 다함께 박수를 치자느니
하는것 뿐이 었다.
고육나가 생각하는 반창회의 바람직한 방향은 누가 잘됐다고 떠벌리고 자랑해주고 자신의
영업적 잇속을 챙기는 것이 아니고 힘들고 어려운 동창들을 찾아내어 도와주고 이끌어 주는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지하고 있었다.

고육나가 동창회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꾸준하게 참석하는 이유는 
바로 초등학교 5,6학년때의 짝꿍인 최화순 때문이었다.
초등학교시절 짝궁인 최화순을 짝사랑 했던 고육나는 자신이 찐따라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50대 중반인 지금은 그때의 다가가지 못했던 순수함이 오히려 도움이 돼고 있었다.
최화순은 50대의 아줌마였지만 아직까지 몸매도 빼어나고 얼굴도 예쁜 편이었으니 많은 동창놈들의
대쉬가 있었다.
1박 2일 동창회가 있고... 술한잔하고... 노래방기기에 맞춰 춤추고 노래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킵십이 
오갔으며 더욱더 흉허물이 없어졌다.
고육나는 최화순에 대해 다른 놈들이 들러붙으려 하는것을 무척이나 싫어 해서 따로 만나자고 했으나
유부녀인 최화순이 단독만남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고 있으니 동창회를 이용하자고 했다.
고육나와 최화순은 오늘도 동창회 참석 눈도장만 찍고 둘이 슬그머니 빠져나와 서운산 등산길에 올랐다.
오늘의 코스는 석남사를 거쳐 서운산 정상을 넘어 은적암을통과하는 코스였다.
맞잡은 손을 흥겹게 흔들며 같이 걷는 서운산은 말그대로 천국의 계단 이었다.
그들은 걷다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에서는 입맞춤과 포옹을 하며 한껏 사랑을 즐기고 있었다.
어느덧 정상을 넘어 은적암에 이르렀을때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린 고육나가 쓰러지며 주위에 쌓여 
있던 돌탑을 쓰러 뜨리고 말았다.
나뒹굴었던 고육나를 부축여 일으켜 세우던 최화순이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무너진 돌탑 안에 많은 무리의 뱀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본 고육나는 무릎등이 까진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등산배낭속에서 비닐봉투를 꺼내 막대기로
이리저리 휘저으며 뱀 몇마리를 잡아 넣었다.

그런일이 있은 다음 동창 모임에는 더욱 밝고 기운넘치는 고육나가 최화순옆에 앉아 있었다.
회장이 공지사항을 이야기 하였다.
동창모임중 서운산 등산순서가 있으나 이번에는 하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그 이유는 누군가 은적암옆의 소원탑을 계속해서 쓰러뜨리는 만행을 저지른다는 민원으로 등산코스
가 폐쇄됐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도 고육나와 최화순은 단둘이 폐쇄된 등산코스를 굳이 걷고 있다.
최화순이 고육나를 향해 자기 요즘들어 힘이 넘치는것 같다며 아양을 떨자 고육나가 다 서운산 돌탑속
의 뱀을 고아 먹은 덕이라고 말했다.
그에 최화순이 그럼 자기는 더 먹어야 겠다며 고육나의 옆구리를 꼬집고 멀찍이 달아나고 있었다.
그 둘은 폐쇄된 등산로에서 나잡아봐라를 시전하며 즐거운 산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은적암 소원 돌탑에 이르자 집게를 꺼내든 고육나가 발로 돌탑들을 걷어차 무너 뜨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뱀들을 집게로 들어 자루속에 담기 시작했다.
그모습을 신기한듯 바라보던 최화순이 육나가 힘이 더쎄지면 누가 좋아 할까..라고 코소리를 섞여가며
소리 쳤다.
그 말에 대꾸하려 돌아보던 고육나가 독사에게 손가락을 물리고 말았다.
나죽는다고 소리치며 쓰러진 고육나의 팔뚝을 수건으로 단단히 묶은 최화순이 입으로 독을 빨아내고
있었다.

얼마후 서운산 은적암의 한스님이 이곳을 지나다 쓰러져 사경을 헤메고 있는 남녀 둘을 발견해 119
구조대에 신고를 했고 그들은 응급구조 센터로 이송 되었다.
하지만 뱀에게 물린지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뒤라 그들은 증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메고 있었다.
경찰이 찾아와 남자는 맹독성 까치 살모사에게 물렸지만 여자는 물리지 않은것 같은데 왜 쓰러진
거냐고 묻자 의사가 입속에 상처가 있는상태에서 독을 빨았기 때문에 쓰러진거라고 답했다.

한달뒤 겨우 퇴원한 그들은 팔과 입속의 피부괴사와 연조직염으로 커다란 흉터가 남았다.
고육나는 한여름철에 짧은 옷을 입을수 없었고 최화순은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후유증으로
고생을 하였다.
천만 다행인 것은 반창회에서 그들의 사이가 그렇고 그런사이라고 쑤군거리긴 했지만
그들 배우자에게는 남들의 소원탑을 걷어차서 벌받은것 같다는 말만 해댔다.
하지만 그들의 배우자가 동창회에서 금지한 산행을 둘이 한 이유에대해 궁금해 하지 않는다면
그건 더 이상한 것으로 그들의 파국이 점차 다가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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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성시에는 시내를 시원스럽게 가로지르는 냇가가 있다.
얀성천은 이전엔 주변으로 버려지는 생활 쓰레기와 하수로 인해 한때는 죽음의 하천으로 까지 불렸지만 
최근들어 주민들의 환경에 대한 의식이 깨어 나면서 시와 시민단체에 의한 정화작업으로 많이 깨끗해 졌다.

새벽 2시 얀성천 상류 으슥한곳에 버큠로리 메가 5톤 분뇨차가 주차되어 있고 호스가 길게 늘어져 있다.
문춘식은 고무장갑과 마스크를 쓰고 어제 내린 폭우를 틈타 무언가를 냇가에 쏟아 붓고 있다.
그는 즐거움에 엉덩이를 실룩실룩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맑게 개인 아침 뚜루루루
낚시대를 메고 자바자바
...
첫번 고기잡아 구워 아빠갖다 드리고,
다시 고기잡아 구워(구워~~) 엄마 갖다 드리고..
문춘식의 분뇨수거업은 지난해 상반기 까진 수효가 없어 폐업 직전까지 몰렸었다.
그러던 그에게 얀성 지식산업센터의 저가 배터리 연구 업체의 초등학교동창 장시녕의 제안은 달콤함 
그 자체 였다.
지난해 부터 일주일에 폐수 5톤트럭 1대분을 처리 해주는 조건으로 한트럭당 백만원을 받기로 하고 
꾸준히 일을 하고 있었다.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고질적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첫째부터 천만원씩 지원을하자 출산율이 많이 오르기 시작 했으며 각종 방송에서 유명한 연예인들이 앞장서 아기의 정서적 완성도를 위해서는 모유를 수유하는 게 좋다고 떠들자 이때다 싶은 홈쇼핑 채널에서는 산모 모유수유 활성화에 최고라는 찬사로 잉어즙을 판매해 대박을 터트리고 있었다.

이자수 출근길

아침 5시 30분 이자수는 이른 출근길에 얀성교위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난간에 서서 담배를 물었다.
그옆으로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담배 연기에 손을 휘젓든 말든 무신경한 이자수가 다리 아래를 바라보니
언제나 처럼 팔뚝만한 잉어들이 떼로 유영을 하고 있다.
그러다 그는 어젯밤 홈쇼핑을 떠올리며 저거다라고 소리치며 무릎을 탁쳤다. 
그날밤 이자수는 뜰채로 많은 양의 잉어를 낚아 올렸다.
그리고 얀셩시내에 있는 친구의 건강원에 가져가 비린내를 잡는 당귀와 함께 즙을 내어 
팩으로 담았다.

이자수는 나이가 70으로 젊은시절에 벌어논 재산이 없고 연금조차 변변하게 가입한것이 없었다.
그러니 꼭두새벽 얀성야채시장 청소를 해서 받는돈 50만원으로 근근히 버틸수 밖에 없었으며
새정부의 노령연금 40만원 공약에 조차 기대가 클수 밖에 없었다.

이자수는 즙의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자신이 잉어즙을 한달간 먹어본 결과 심리적효과인지 아침에 일어나기 좀 쉬워 졌다는것 말고는 특별한 증상은 없었다.
이자수는 그때부터 아는 사람들을 상대로 홈쇼핑보다 싸고 약효가 좋은 잉어즙이며 한번 먹어보라고
파우치 10개씩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건강식품으로 팔기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난후 많은 매출을 올려야 겠다는 욕심으로 초등학교 동
창회에 가지고가 홈쇼핑을 핑계삼아 효능에 대해 과장 광고를 했다.
이자수가 1년여간 잉어즙 장사가 잘돼어 얀성시 외곽에 넓직한 주택을 마련하고 미인형의 60대 과수댁 임현자와  살림까지 차린뒤 병원으로 실려간것은 그녀가 데리고 온 고양이 때문이었다.
그날도 새벽 3시 잉어를 낚으러 나가기전 거실에 있던 고양이가 그앞을 지나가면서 날린 털로
심하게 재채기를 하면서 가슴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발생했다.
이자수가 임현자의 차를 타고 얀성종합병원에 도착해 여러가지 엑스레이 검사를 한후 담당의사의 안내가 있었다.
의사 고육나가 하는말은 실로 믿기 어려웠다.
이자수의 갈비뼈 2개가 골절 됐다는 거였다.
무슨일이 있었냐는 고육나의 질문에 이자수는 그냥 재채기좀 심하게 한것 뿐이라고 했다.
고육나가 피검사등을 추가로 해보자고 했다.
다음날 오후 고육나가 찾아와 피검사 결과 중금속 중독으로 판명 되었으며 일본이름으로 이따이 이따이병
이라고 말하며 고령에 치료가 잘될지 모르지만 일단 장기간에 걸쳐 중금속 배출을 위한 킬레이트제와 비타민D의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자수는 고통속에서도 곰곰히 생각했다. 자신이 중금속에 오염될일이 있었을 턱이 없지 않은가..
젊어서는 반 백수로 지냈고..늙어서 일한것이라고는 야채시장 청소 뿐이지 않는가..
그러다 떠오른것이 잉어즙이었다. 얀성천에서 잡은 잉어의 즙을 몸에 좋은것같아 자신도 일년간  장기 복용 한것이 문제 같았다.
그러면서 그동안 자신으로 부터 산모에 좋다고 사먹은 사람들은 괜찮을 것이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진
끝에 이자수는 가슴통증을 참아가며 한달치 약처방을 가지고 병원에서 도망치고 말았다.
이자수는 캠핑을 위해 서온산 깊숙히 마련해 놓은 오두막에 몸을 감추었다.
다음날 얀성시 외곽의 이자수의 집에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분뇨처리 사업의 문춘식과 저가 배터리 연구소 장시녕이었다.
문춘식과 장시녕은 분노에 찬 표정으로 이자수를 찾고 있었고 임현자를 다그치며 은신처를 대라고 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자수와 초등학교 동기동창 이었으며 공교롭게 그들의 며느리 들이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하여 동창회에서 이자수의 말만듣고 잉어즙을 사간 사람들이었다.

이자수는 오두막에 숨어 마련해둔 공기총으로 무장하고 밖을 살펴보고 있었다.
마침내 그의 눈에 분노에 찬 문춘식과 장시녕이 오두막을 향해 걸어 오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들은 이자수의 이름을 부르며 어떻게 자신들에게 오염된 잉어즙을 팔수 있냐며 가만 두지 않겠다고 엄포를 하고 있었다.
이자수는 더이상 다가오면 공기총을 발사하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자신들이 사다준 잉어즙으로 며느리와 손자를 사지로 내몰았다는 죄책감과 분노에 사로잡힌 그들이 멈출리가 없었다.
이자수가 공기총을 들고 하늘로 한발 발사 하였다.
그순간 방아쇠를 당겼던 이자수의 오른 손목이 골절되었다.
그의 비명소리가 푸른 하늘을 가로 질렀고 문춘식과 장시녕은 몸을 움츠렸다.
총을 던져 버린 이자수가 오두막 뒤문을 통해 산속으로 달아 나기 시작했다.
문춘식과 장시녕 역시 그를 잡기위해 재빠르게 따랐다.
작은 바위를 뛰어 넘던 이자수가 두 발목의 골절로 다시 비명을 질러 댔다.

거의 온몸에 기브스를 한 이자수를 고육나가 바라 보고 있다.
임현자는 이자수의 뼈가 무르게 되는 이따이 이따이 중금속 오염이 심하고 고령 이기 때문에 회복이 될수 있을지  알수 없다는 말을 고육나에게 듣자 집으로 돌아와 현금과 패물등을 모두 챙겨 그날로 사라지고 말았다.
오늘도 이자수는 뼈가 녹아 내리는 듯한 고통을 돌보는이 없이 홀로 견뎌내고 있었다.

얀셩종합병원 의사 고육나의 신고로 얀성시보건환경원에서 얀성천 오염실태를 조사한 결과 중금속으로 심하게 오염되어 있고 아울러 그속에 살고 있는 잉어등 물고기의 체내에도 많은 오염물질이 축적되어 있는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얀성경찰서에서는 산모의 골약화가 태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 하는 한편 지난 1년간 얀성시의 임산부 사망사례가 타도시에 비해 높은점에 대해 폭넓은 수사를 시작했다.

죽이고 싶던 이자수를 병원으로 보낸후 문춘식과 장시녕역시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중국으로 밀항 하기위해 핑탁항에서 브로커 김경옥과 접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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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춘식은 10년째 전기 감리를 하고 있다.
그는 대학교 시절 전기관련 학과를 졸업 했으며 바로 전기기사를 취득한후 전기 설계관련 일을 
하였고 밥먹듯 워라밸을 무시하는 그일로 몸과 마음이 지칠즈음 각종공사를 시행하는 회사 발주처에서 
감독관으로 일을 하였다.
그런그가 40줄에 들어 서면서 감리 일을 하게 되었으며 EJ대학 병원일을 마친후 그 경력으로 이곳
천안의 S제2병원 신축 공사의 감리로 배정 받게 되었다.

문춘식 그는 음주가무를 즐겨 했고 사람 만나는걸 즐겨 했다.
그는 모든일을 진행 함에 있어서 어려움이 발생하면 술한잔으로 해결 안될 일이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으므로 발주처, 시공사, 협력사의 전기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과 허물없이 하루가 멀다 하고 술자리를 만들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그가 근무한지 얼마되지 않아 단한가지 못마땅한 것이 있었다.
이곳으로 옮겨 올때 병원감리 특화 취업 이야기를 한 업체는 G엔지니어링 이었으나 정작 근무하는곳은 S-CM이라는 업체였다.
그리고 감리의 경우 주재비라는 것이 있는데 계약서상에 그게 없었다.
G엔지니어링과 그에대해 이야기 하자 사장이 바로 600만원의 연봉을 올려주며 이만하면 됐냐고 하여
근무를 하게되었다.
이경우 문춘식에 대해 주재비가 해당하는지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그의 집이 천안이기 때문에 취업에 동의 했으며 문춘식의 부인 임현자 역시 적극적으로 찬성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6개월여를 근무를 하다 보니 다른 문제점들이 추가로 거슬리기 시작했다.
첫번째는 대개의 경우 감리의 계약기간은 공사기간과 같았으나 S-CM은 계약을 일년단위로 했다.
이것이 그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두번째는 문춘식 외에 추가로 오는 이자수가 S-CM에서 바로 오는 직원이었다.
결국 문춘식과 새로 오는 이자수의 소속회사가 틀려지므로 그로인하여 불협화음이 발생할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문춘식은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해 달라고 장시녕 단장에게 한달전부터 이야기 하고 있었으나
그로부터는 아무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그는 좀더 강한 방안을 진행 하기로 했다.
사표를 작성해 제출하면서 한달후 퇴사하겠다고 말하면서 반려조건으로 계약기간을 공사기간과
맞춰 줄것과 새로오는 직원을 G엔지니어링 소속으로 해줄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S-CM사로부터 특별한 반응이 없었으며 전화가 걸려와 퇴사시 안전용품을 반납해야 한다는
내용만 전달 되었다.

문춘식은 병원 특화 감리로 자신의 파워가 그정도는 개선할 수있을거라고 자신 했으나 뜻밖의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모처럼만에 집에서 출퇴근 할수 있다고 좋아했던 임현자의 뜻에 반하여 또다시 객지로 원룸으로
떠돌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 불안감에서 벗어날 방법은 그가 잘하는 음주가무밖에 없었다.

문춘식은 요즘 거의 매일 술을 마신다.
그러니 출근하면 기운이 없고 입맛이 없어 구내식당도 가질 않는다.
하루종일 창가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졸고 있다.
한달뒤면 철새처럼 또 어느곳으로 떠날것인가..
어느곳이든 이곳만 못하겠냐고 오늘도 자신을 다독이는 문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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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수는 충남 태안에서 보험회사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최소한의 생활비만 벌어 쓰자고 오픈한 시골 대리점은 주로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재난재해 관련 보험가입에 주력하고 있었다.
그는 젊은 시절 대도시에서 보험설계사를 하면서 타고난 친화력으로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며
부와 명예를 누렸었다.
그러던 그가 나이 60줄에 들어서면서 결혼한 아들과 딸에게 가지고 있던 재산을 나누어 물려준후 
자연을 벗하며 편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파도리의 바다 가까이 낡은 주택을 구매한후 
현대식으로 개조하였다.
그곳에서 그는 몇년전에 재혼한 아내와 행복한 노년을 꿈꾸며 살고 있었다.


이자수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자주 보아야 하며 각박한 세태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친화력에서 얻을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그것을 실행하며 살고 있었다.
그는 오늘도 형제들을 불러들여 바닷가 가까운곳에 심어놓은 마늘을 같이 수확하면서 핏줄의 정을 한껏 
누리고 있었다.
이자수:(땡볕에 마늘캐기에 녹초가 된 형제들을 바라보며) 야~너희들 고생이 많다.
저녁에는 화합과 체력을 보강해줄 최강의 해산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힘들내라고..
그의 형제는 3살터울로 이혜연, 이혜정의 여자 형제와 그아래 이자규, 이자민의 남자 형제가 있었다.
이혜연:(환호성을 지르며)역시 우리 오빠가 최고야!
모두 열심히 한 결과 오후 1시경 여러 사이즈의 마늘자루 100여개가 집 마당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그옆 마당 한켠에는 특대사이즈의 광어 2마리와, 꽃게, 놀래미, 갑오징어, 간재미 그리고 전복이 쌓여 있었다. 이것은 이자수가 파도리로 오면서 동내 이장과 옆집 형님등을 살갑게 대하며 사겨논 친화력의
전리품 같은 것이었다.
전직 일식 전문가였던 막내동생이 소리를 질렀다.
이자민:우와~ 나만 죽었다. 이걸 언제 다 손질한데..
이혜연:으이그 짜식아..너만 하겠냐..우리 이씨 집안이 어떤 집안인데.. 같이 나눠서 해야지..
그들은 너무 많은 해산물에 질리며 그중 다수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꽃게 찜을 저녁으로 전복을 안주
삼아 밤 늦게까지 호호하하대며 가족 친목 잔치를 벌였다.
다음날 아침 형제들의 차량 트렁크에는 15자루의 마늘과 골고루 나눈 해산물이 담겨 있었고
서해대교에서 차량이 막히기전 일찍 출발하자는 의견이 그들을 일요일 아침 일찍 나서게 하였다.

소란스럽던 집안에는 덩그러니 이자수와 그의 아내 유언순만 남아 있었다.
유언순:(울것 같은 표정으로) 당신 정말 너무 한거 아니예요
이자수:자기야 앞으로는 만나는 횟수를  줄여 나갈테니 좀 봐주라
유언순:지금 우리 집 꼴을 보라구요..형제들이 다녀가면 오이김치 쪼가리 하나 남아 있질 않아요
이자수:(말꼬리를 흐리며) 그래도 어떻게 해...맛있다고 하면 줘야지..
유언순:마늘만 해도 그래요..왜 15자루씩이나 줘요.. 우리가 밭얻고, 물주고, 풀뽑고 다했는데..
심을때하고 캘때 하루와서 노동한것 치고는 너무 많이 주는거 아니예요.
이자수:미안해...혜연이가 조금 준다고 투털대서..같이 더 주다 보니..
유언순:고생한 우리 몫을 챙기려고 제가 미리 마늘 산다는 사람한테 30자루를 계약해 놨는데
시어머니것까지 75자루를 줘버리니 25개 밖에 안남았어요..계약을 지키려며 우리돈으로 사서 줘야
할판이예요..
이자수:앞으로는 형제들 한테 마늘 1자루씩만 줄께..
유언순:내가 이번것만 가지고 이러는줄 알아요..우리가 파도리로 올때는 편하게 살자고 온건데요
나는 허구헌날 자기 손님 치르느라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어요..자수씨는 그거 알아요. 내손이
엉망이 된거..
나 좋다는 사람이 당신 말고도 있었는데 요즘은 내가 선택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가끔 들어요

그후 몇일간 고민을 하던 이자수는 파도리 통개항 남쪽 뒤끈이산 중턱에 있는 낡았지만 텃가 꽤넓은 오두막 집을 동네 이장 소개로 유언순 몰래 구매 하였다.
그는 유언순에게는 보험 영업 하러 간다고 하고 주말이면 뒤끈이산 오두막으로 향해 집수리를 하기
시작 했다.
한달이 지나자 지내, 거미등 온갖 곤충이 살던 집안은 제법 말끔해 졌다.
이자수는 행복했다. 이제 그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많이 초대해서 같이 즐길 베이스캠프가 완성 됐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이자수는 별장 완성 기념으로 인천 승봉도에 넓직하고 좋은 집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 하던 초등학교 동창이자 전직장 뺀질이 라이벌 장시녕을 액댐한다 치고 초대했다
이상한것은 이자수를 처다보지도 않던 장시녕 역시 그의 초대에 응했다는것이다.
장시녕:야 이자수 니가 나를 다 초대하고 왠일이냐...내가 대량 보험 가입자 뺏어 갔다고 화내며 다시는 
안보겠다고 퇴사한놈이...
이자수:(장시녕이 꼴이 보기 싫지만 가능한 활짝 웃으며) 우리가 그래도 어려서 부터 친구였는데 환갑나이가 돼서는 화해를 해야지..안그러냐..
장시녕:어이구..이자식이 인간이 됐네..ㅎㅎㅎ. 그래 좋다.
이자수는 장시녕에게 파도리 남쪽의 멋진 풍경과 뒤끈이산에서 보는 해넘이의 신비함을 자랑하기에 바빴다.
장시녕:그래 승봉도도 멋지지만 여기도 정말 괜찮네...나두 니 옆으로 이사오고 싶다야..
그렇게 그들은 해산물에 곁들인 소주로 한껏 여흥을 즐겼다.

새벽까지 마신 소주가 20병이되자  연예계 주당으로 소문난 정준하의 주량에  견줄만한 알콜이 그들이 이성의 끈을 놓게 하고 말았다.
장시녕:(질질 울기 시작한다.) 이자수 난 너 정말 싫어한다! 너야 내가 니고객 뺏었다고 날 싫어 하겠지만
나에게도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이말이야..
이자수:이자식이 술에 맛이 갔고만 질질 싸는거 보니...
그렇게 말하는 이자수 역시 혀가 완전히 꼬여 한국말을 하고 있음에도 미국 본토 인토네이션이 나오기 시작 했다.
장시녕:이자수 잘들어..유언순이..말이야..너만 좋아 한거 아니다. 나도 그 레스토랑에 드나 들면서 카운터에 있는 유언순이 한테 한눈에 반해서 꼬셔 볼려고 무던히도 노력 했지 말이야..
그런데..거의 넘어와서 데이트가 성사 되려던 찰나에 너.. 너..이자수 니놈이 나타났던거야..그래서
내 자존심이 다 망가지고 말았어..
그후로 내가 이를 갈면서 복수할날만 기다리다..니가 대량 보험 고객과 접촉 한다는 말을 듣고 내가 가로채기 작전을 폈지..으으으..
장시녕은 웃음인지 울음인지 알지 못할 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자수:이자식아..그랬다면 친구지간에 진작 이야기하고 풀어야지 치사빤스처럼 조용히 있다 복수를 해...넌 그러니 뺀질이라는 소문이 따라 다니는거야..
장시녕:뭐..이자식이 남의 여자 가로 챈놈은 좋은 놈이냐 ..그럼...
이자수:헐..정말 나쁜놈이네..넌 마 법적으로 와이프가 있잖아..
그렇게 그들 둘은 술에 취한채로 몸싸움을 벌이다 6.25때 피난 동굴로 썼다는 해식동굴 앞바다로 떨어지고 말았다.
해병대 출신인 이자수는 비록 술에 취했지만 몸에 배인 수영 솜씨로 가볍게 해안가로 나올수 있었지만
운동신경이라고는 일도 없는 장시녕은 지난 몇년간 갈고 닦은 격투기가 무색하게 바다속으로 가라 앉고 말았다.
뒤늦게 정신차린 이자수가 어둠속 바닷가 여기저기를 찾아 봤지만 장시녕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일년뒤 뒤끈이산의 별장은 외지인의 손에 넘어가 있었고 이자수는 보험 대리점 일에서도 손을 떼었다.
그대신에 작은 고깃배 한척을 사서 이재수는 유언순과 오순도순 고기를 잡으러 다니고 있었고 그의 집에는
형제자매를 포함한 손님의 발길이 끊겨 있었다.
그리고 장시녕의 부인은 사라진 자신의 남편을 찾으려고도 하지 않았고 실종신고 또한 하지 않았다.
그녀는 술만 먹으면 자신을 때리고 주기적으로 뭇여자들과 바람을 피워온 그가 돌아오지 않는것에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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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강원도 횡성 마옥저수지에서는 식인 물고기가 나타나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열대어종인 피라니아가 우리나라에서 자연 서식할수는 없고 누군가 키우다 몰래 버렸을것으로 추정되었다.
당국에서 추가 개체를 확인하기 위하여 저수지 물을 모두 배수 했으나 다행히 번식은 하지 못한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 사건후 피라니아를 수입하거나 국내로 가지고 오려면 환경부 장관의 승인을 먼저 받아야 했다. 
피라니아가 ‘위해우려종’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이자수는 천안 왕초 초등학교 학생이다.
그는 천안역 서부광장측에 새로 신축된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다른 아이들과는 색다른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의 공부방 한쪽 벽면에는 수족관들이 있고 그곳에는 피라니아 마뉴엘리종과 페루블랙이 각각 헤엄치고 있었다.
피라니아를 공식적으로 구매하는것은 불가능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공공연하게 수입하거나 분양한다는 안내문구가 많이 올라와 있다.
이자수 역시 명절에 받은 용돈을 모아 그들을 구입하게 되었다.
피라니아는 정말 멋진 어종이다. 눈매에서 느껴지는 카리스마와 공포감을 불러오는 이빨은 남성미를 뽑내는 사나이라면 한눈에 반하고 말것이라고 이자수는 생각했다.

오늘도 이자수 소년은 방의 모든 불을 소등한채로 수족관의 블루라이트에 의존하여 붉으스름한 비늘에 은빛 몸통으로 뻗어 있는 등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에 반해 최면에 걸린듯 힘풀린 눈으로 피라니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소년은 문뜩 피라니아가 정말로 사람의 살을 좋아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소년은 책상옆에 있던 커터칼을 들어 왼손 검지에 살짝 자국을 낸후 수족관 커버를 벗기고 그안으로 손을 쑥밀어 넣었다. 
검지로부터 절정의 순간을 지나 힘없이 나부끼는 장미꽃잎처럼 검붉은 한장의 피가 수족관속으로 퍼져 나갔다.
그순간 페루블랙의 눈동자가 희번득하더니 날카로운 이빨로 소년의 검지를 사정없이 물어 뜯었다.
으악~하는 비명소리를 듣고 그의 아버지가 방으로 뛰어 들어와 손가락에 붙어 있는 피라니아를 뜯어 수족관으로 던져 버렸다.
병원을 다녀온 후 왼손 손가락에 두꺼운 붕대를 감은 이자수는 피라냐를 통에 담아 천안천으로 나왔다.
그의 아버지로 부터 당장에 피라니아를 없애 버리라는 말을 들었으나 차마 죽일수는 없어 냇가에 방생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천안천을 따라 운동하는 사람들의 편리성을 위해 횡으로 연결되는 다리 밑은 깊이가 있어 피라니아가 당장 죽지는 않을거라고 그는 생각하고 놓아 주었다.

7년후 이자수는 건장한 대학생이 되어 있었고 아침을 천안천을 따라 천안역에서 일봉산만수사까지의 조깅으로 시작했다.
그런던 어느날 사람들이 냇가 옆에 놀란 모습으로 모여 있었다. 그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가 바라보니 새의 깃털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고 오리의 몸체엔 선명한 이빨자국과 그로인한 핏자국이 선명했다.
사람들은 주변에 들개가 많으므로 그들이 그랬을 거라고 떠들기 시작했다.
그이후 겨울철 냇가를 따라 많이 보이던 오리가 점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몇일후 이자수가 참여하고 있는 천안천을 사랑하는 모임의 사람들은 모여서 들개가가 오리를 모두 잡아 
먹은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그대로 반영하여 2명씩 조를 짜서 심야시간대 냇가를 순찰 하기로 하였다.
새벽 2시 랜턴을 든 이자수와 그의 동료가 냇가를 순찰하고 있었다. 
천천히 걷고 있는 그들이 봉명교 앞에 다다랐을때 거무스름한 형태의 물체가 쓰러져 있고 찌이찍거리는 기괴한 소리가 나고 있었다.
랜턴을 비추자 사람이 쓰러져 있고 그의 목을 물어 뜯고 있는 거대한 이빨의 둥근물체가  흰눈을 희번덕 거리고 있었다.
이자수는 놀란 가슴을 진정하며 주변에 있던 막대기를 집어 들어 그 물체를 한대 후려 치자 찌이익 소리를 
지르며 물속으로 뛰어 사라지고 말았다.
그다음날 경찰이 출동하여 조사한 결과 피해자는 봉명역에 자주 보이는 노숙자로 밝혀 졌다.
그의 주변에 솥단지와 나무가지가 쌓여 있던것으로 미루어 보면 배고픔에 천안천 들개를 잡아 고아 먹으려다  사고를 당했을 것이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 이었다.
그 다음날 천사모 사람들은 이자수의 강력한  의견으로 투망질을 하였고 채집한 물고기들 중에 잉어 이지만 이빨이  피라니아를 닮은 작은 치어들이 많이 섞여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자수가 이 치어 샘플들의 유전적 분석을 위하여 대학 동기가 있는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에 의뢰한 결과 잉어와  피라냐의 혼종이라는 결과가 밝혀졌다.
그후 천사모에 의한 천안천 정화작업이라는 이름하에 남모르게 행해진 대대적인 혼종 제거작업을 통하여 많은 카피라 (carp+piranha=capira)가 사라 졌다. 하지만 이자수의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었다.
그날밤 사람을 물어 뜯던 카피라는 그 크기가 120cm를 넘는것으로 추상 되기 때문이었다.
이자수는 지속적으로 경찰에 대형 카피라가 있을 것이라는 의문을 제기 했으나 경찰은 그럴수가 없다며 그의 의견을 묵살했고 노숙자는 추운겨울 들개를 잡으려다 물려 사고를 당한것으로 처리 한후 대대적인 들개 체포작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자수와 천사모사람들은 대형카피라를 잡기위하여 삼지창을 여러개 만들어 천안천 주변을 순찰 하기로 했으나 경찰로부터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사유로 불허 되었다. 
하는수 없이 이자수와 천사모는 사람들의 관심이 적은 새벽시간대에 카피라 제거작업을 하기로 하고 밤 12시에 모여 각 다리 밑 주변을 살펴 보기 시작했다.
그러던중 봉명교 첫번째 교각밑에 큰 구멍이 있는것을 발견하고 그곳을 집중적으로 파헤쳐
대형 카피라를 물 밖으로 꺼내는데 성공 하였다.
삼지창에 상처를 받은 카피라가 죽은줄 알고 들어서 살펴보던 이자수가 갑자기 발작하듯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달려든 카피라에게 목을 물리고 말았다.
사람들이 급하게 카피라를 떼어 냈으나 그의 목에서는 검붉은 피가 흘러 나왔고 병원에 입원한지 3일만에
이자수는 급성 폐열증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경찰은 이자수가 경찰의 의견을 무시하고 카피라라는 근거없는 괴생명체를 잡는다는 명분하에 한밤중에
천안천을 배회하다 넘어졌고 그로인한 상처로 사망했다는 발표를 했다.
그리고 천사모 사람들을 상대로 다시는 카피라라는 망상된 공포감을 조장하면 모두 엄벌에 처할것이라는
공문을 발송 했다.
그러니 사람들은 천안천에 흔한 잉어들이 이자수가 방생한 피라니아와 유전적인 결합으로 괴생명체인 카피라가 탄생하였고 그 모체인 대형카피라가 필연적인 이자수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수는 없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천안천을 따라 운동을 하고 있고 그 물밑에는 제거되지 않은 카피라가 부활을 꿈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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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이르게 찾아온 한여름 더위에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올린 윤덕성은 뜬금없이 생각이난 백소장에게 전화를 했다.
윤:어이 백소장님 잘있는거여...
백:오~ 어쩐일이세요.
윤:어쩐일은 뭐..갑자기 생각이 나서 전화 해봤지..요즘 뭐하고 지내나 해서..
백:관리단하고 이야기 해서 관리업체 변경하느라 신경좀 썼죠
윤:와~ 소장으로 간지 6개월 밖에 안됐는데 벌써 작업을 하셨네...
백:벌써가 뭐예요. 정성관리회사 도사장님이 내가 이리 오면서 부터 계속 푸쉬를  했어요.
백:관리회사 변경작업을 하기위해선 관리단에 무언가 확실한 실적을 보여줘야 했어요
백:그래서 지난 겨울부터 관리비를 절감하기 위한 변압기 최적화 작업에 대해 알아 봤고 관리단에서 최종 승인이 났어요.
윤:역시 백소장님은 일을 보는 눈이 빠르시네..벌써 관리단 맘에 쏙드는 일만 진행 하고 있으니

윤덕성과 백빛남은 지난해 까지만 해도 도소장이 관리하는 미우빌딩에서 전기료등 사용료 부과업무와 인테리어, 하자보수 업무를 각각 나누어 담당 했었다.
윤덕성은 내향적인 성격에 꼼꼼한 편으로 각 호실별로 사용내역을 단독으로 처리 하는걸 선호하는 편이었고 그에 반해 백빛남은 외향적이고 밑에 직원들을 동원하여 큼지막한 일들을 도맡아 해결하였다.
백빛남의 일처리가 그만큼 선이 굵었고 도소장에게 보고 없이 단독으로 처리 하는 경우도 많아 트러블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소장으로 독립돼어 나가는데는 최적의 기질이라 할수 있었다.

도소장은 야망이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건물관리 회사를 갖기를 소망 했다.
그래서 그는 그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미우빌딩관련 관리단과의 일을 세세하게 공유하고 있었다.
차후에 회사를 차렸을때 필요한 인력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던중 주차문제로 입주사와 문제가 발생했고 도소장과 백빛남이 같이 출동하여 민원 처리를 시도 하고 있었다.
주차하면 안돼는 구역에 주차된 차량을 다른곳으로 이동해 달라고 했으나 여사장은 막무가내로 점심시간에만 그대로 두겠다고 버티고 있었다.
도소장이 논리적으로 설득을 시도하고 있던 도중 참고있던 백빛남이 여사장을 향해 "차빼~"라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차빼라는 말한마디에 놀란 여사장이 신고하여 경찰이 출동하고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입주사를 위한 서비스를 최상의 신조로 삼고 있던 도소장이 여사장을 설득하였다.
쌍방간에 경찰서까지 가서 잘잘못을 가리시든지 아니면 자신(도소장)의 인맥으로 백빛남을 다른빌딩으로 전출시키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하든지 하자고 제안을 했다.

백빛남은 광교부근의 309세대 규모의 광교더뗏목오피스텔 소장으로 영전(榮轉)하게 되었다.
그곳은 2012년에 분양된곳으로 1층 상가 대부분이 경기침체로 문을 닫은 상태로 오피스텔만 관리하면 되는 아주 조용한 곳이었다.
백소장이 그곳으로 부임하자 나태의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교대근무자 2명을 교체 했고 지상 1층의 너저분한 상가주차장을 도소장이 설립한 정성관리회사의 도움으로 눈이 부실정도로 깨끗하게 유지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관리단의 신임을 얻은 백소장은 전기료 절감방안을 실행 중에 있었으며 또한 체납된 관리비 일제 정리 기간을 정하여 소액재판을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이러한 노력에 따라 기존 관리회사에서 정성관리회사로의 전환은 아주 손쉽게 이루어 질수 있었다.
반면에 윤덕성은 미우빌딩 소장자리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본인은 관리분야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골치
아프게 살고 싶지 않다고 거절한후 얀성시의 아주 작은 꼬마 빌딩을 관리 하고 있었다.
그가 맡은 빌딩은 6층 규모로 상가 10호실로 이루어 져 있으며 회계업무는 외주를 주었고 민원은 하루에 한건도 없을 때가 많았다. 
그날도 따분한 작은 사무실에서 주말에 백소장을 불러 텃밭에 키우고 있는 마늘을 수확한후 술한잔 하면서
유유자적한 노자의 삶을 자랑하고자 전화를 한것이었다.

윤:그나저나 주말에는 뭐하시나..안바쁘면 얀셩시에 와서 같이 술이나 한잔 하지
윤:식사 메뉴는 토요일 아침  전복죽,  점심  꽃게찜과 꽃게탕,  저녁  굉어회, 낙지탕탕, 소라무침
    일요일 아침 민물 새우탕 그외 더 드시고 싶은게 있으면 추가하고..
윤:대신 작업복은 잘 챙겨 와야 합니다,
백:근로기준법에서 작업복은 원래 사장님이 주는건데요
윤:그래요 그럼 몸빼바지 하나 사주고 코피 쏟을때까지 시킬까요?
백:헉 그럼 안사줘도 돼요...ㅎㅎ 농담이구요
    이번 주말은 마장동으로 소고기 묵으러 가야 해요
윤:도소장님이 마장동으로 오래요?
백:그건 아니고 여기 광교더뗏목 관리단장님이 사준다고 해서요, 돈 많은 사람이니 가서 얻어 묵어야죠
윤:그럼 편한 자리는 아니네요
백:뭐...별로 부담되지는 않아요..걍 가서 얌얌하고 올려구요...하두 부자라 소고기 정도는 뭐...
윤:관리단이라고 밥한번 안사주고 관리소장 들볶는 인간들보다는 훨낫네요
백:어제 미납관리비 1500만원 해결해 줬걸랑요
윤:앞서서도 말했지만 백소장은 정말 대단해요
백:그니까 얻어 묵어도 돼요..체납관리비는 조금씩 해결하고 있어요.
윤:소액재판 해서 해결 했나요
백:그렇죠
윤:재판은 누구한테 하나요 임차인 또는 소유주 중에
백:임차인한테 먼저 하고 안되면 소유주 한테 하죠
윤:소액재판 할때 당사자를 관리소장이 할수 있나요
백:당사자는 관리단이고 법원에 소송대리허가 신청해서 허락받고 대리하죠
윤:그런데 소액재판전에 이행권고결정등본 송달 먼저 하는데 이때 해결되는 경우도 있나요
백:다툼의 여지가 없으면 인정하고 줄수도 있는데 대부분 이런경우 악질 입주자들은 관리비가
    과부과 됐네  비리가 있네 하면서 버티죠
윤:법원에서 체납 관리비를 내라고 하면 순순히 내나요
백:법원에서 내라고 판단하면 그때부터는 강제집행이 가능해지니 낼수 밖에 없죠
윤:아무튼 대단합니다. 백소장님 건승하십시요

그렇게 윤덕성이 법대출신 백소장을 불러 술한잔 하면서 도가사상을 설파하려던 꿈은 산산조각이 났고
해산물의 설득 작전 또한 땀의 결실인 소고기 쳐묵쳐묵에는 도저히 당해 낼수 없었다.
성과라고 할수 있는것은 임차인이 관리비 체납시 소송목적이 3000만원 이하이면 소액재판으로
처리할수 있다는 법률상식을 얻은것이었다.

*새로운 수법으로 sns를 활용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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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업, 시설업 분야에서 5번째 근무지는 지식산업센터 였다.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 · 지식산업 · 정보통신산업 관련 시설과 그 지원시설이 복합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다층형 집합건축물을 말함)
광교테라스하우스를 퇴직하고 집근처 가까운곳에서 근무하고 싶어 이력서를 근거리 위주로 제출 했으나
시기적으로 안맞아서 인지 거의 연락이 오지 않았다.
먼곳으로 가는것 보다 실업급여 받을 생각으로 좀더 기다려 보기로 하였다.


그러던중 가까운 풍림 아파트에서 연락이 왔고 소장면접 후 다음날 부터 출근하기로 했다.
다음날 전임 과장이 공석이 관계로 다른 직원들에게 물어가며 시설물의 문제점등을 파악 하기 시작 했다.
역시나 오래된 아파트로 이런 저런 문제점들이 발견되었으나 그정도는 제어할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문제점은 변압기였다. 전기요금을 낮출수 있다는 전문업체 의견을 듣고 사용부하 최적화를 시행한다는 미명하에 일부 변압기의 사용율을 높혀 다른 변압기를 유휴로 만들고 그만큼 계약전력을 다운 시킨후 기본요금을 절감하는 방법으로 그 절감액을 업체와 아파트가 계약조건대로 나누어 갖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내세웠던 업체들은 영세 하고 계약이 끝난다음은 나몰라라 하기 때문에 요즘처럼 에너지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한여름철에는 불랙아웃을 경험할수 있다.
문제점들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소장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다급히 관리사무소로 오라고 했다.
관리소에서 호출한 내용을 들어보니 변압기 문제도 있고..큰민원들도 있는 데다 소장 자신도 새로온지 얼마 되지 않아 전전임 관리과장을 재 고용하려고 했으나 답변이 없다가 오늘에서야 연락이 왔다고 했다.
나로서는 황당하기 이를때 없었지만 어쩌랴 내가 이 아파트와 인연이 없는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날 오후 에이스 3차 지식산업센터로 부터 연락이 와서 바로 면접을 보았다.
나말고도 몇명이 더 있으니 추가면접을 본후 합격이 되면 적어도 저녁 10시 이전에는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 다음날부터 출근을 한 건물은 지하 4층 지상 15층으로 마감 공사가 바쁘게 진행되고 있었고 관리사무소
에는 책상등 준비된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듀델 소속인 소장은 집이 김포로 출퇴근하기엔 먼 거리 임에도 입주전담이라며 6개월 정도를 같이 있었다.
기전직원은 과장이 뽑도록 해서 주택관리사협회를 통해 모집 공고를 냈으나 월급이 적어서 인지 사람을 골
라서 뽑는건 불가능 했다.
소장과 과장만 한달가량 출근을 먼저 했고 나머지 직원들은 그후에 출근하기로 했다.
집없는 신세처럼 공사 현장을 돌며 건물 구조와 시설물등을 확인하며 인수인계에 대비 했다.
별탈없이 11월중에 입주를 시작해 난방을 공급했으나 따뜻하지 않다는 민원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지역난방등 중앙 집중식 냉난방의 경우 사용세대가 적을경우 순환량이 적어서 그렇다고 양해를 구하며
정상순환이 될때까지 부가적인 난방기를 사용하셔야 한다고 안내를 했다.
그런데 한호실에서 난방 불량이고 대신 사용한 전기사용량을 변상 할것을 요청해와 에이스건설 서비스
담당과 관리소에서 한동안 시달릴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용량 부족 문제는 여름 냉방공급시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해 에이스건설에서 FCU를 일부 교체 하
는등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했지만 확실한 끝 맺음은 불가했다.
그러던중 새벽에 근무자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15층 최상층 화장실옆 천장에서 물이 쏟아 지는걸로 봐서 스프링쿨러가 오작동 한거 같다는 보고 였다.
일단 15층 스프링쿨러 알람밸브를 잠그고 물이 세대 및 승강기로 들어 가지 않도록 관리하라고 한후 김포 
소장에게 문자 메세지를 보낸후 비상출근을 했다.
화장실 옆 천장 텍스를 뜯고 올려다 보니 스프링쿨러에서 물이 새는건 아니었다.
스치는 생각이 있어 옥상 소화수조실로 들어가보니 오뚜기(Float Level Switch)가 문제가 있어 물이 계속 공급되고 있었고 오버플로우관으로 물이 넘치는데 배수관이 막혀 있어 바닥이 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가득한 물이 배수관 사이 틈으로 아래층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고 에이스건설에 내용을 통보 했다.
그렇게 6개월이 흐른 어느날 남자 소장이 집가까운데로 가고 주택관리사 자격증이 있는 여자 소장이 왔다.
이분은 게시판 문서작성에서는 뛰어났으나 지하 시설물들에 대해서는 공포감을 가지고 있었다.
지하 4층 하부에 설치된 졸라 펌프 하자 누수로 같이 가는데 지하 계단에서 멈춰 갈수 없다고 하더라..
그렇게 1년차 하자 발취를 끝낸후 문서처리까지 완료 하고 잘아는 지인이 하는 지식산업센터로 옮기게
되었다.
사직서를 제출하자 여소장이 자기가 월급은 올려줄수 없으나 공부할 시간은 줄수 있으니 같이 근무하자
고했다. 하지만 지인을 도와주기로 모든 약속이 되어 있어서 그럴수 없다고 하고 새로오는 과장에게 인수
인계를 성심성의껏했으나 자기는 냉방능력 부족등으로 생기는 문제는 해결할수 없다며 근무가 불가하다고 했다.
(이부분에서 이 여소장분이 오해한것이 있는데 내가 새과장에게 이상한 말을 해서 그가 그만둔거라고
날 원망 하더라...)
하는수 없이 상세하게 인수인계 사항과 열쇠를 남기고 공기구등은 기전기사들이 사용하고 있으니 더 잘
알거라고 하고 에이스3차를 물러 나왔다.
얼마뒤 새로운 과장이 다시 뽑혔으니 인수인계를 해달라고 연락이 와 지인에게 양해를 구한후 4시경
에이스로 가서 인수인계를 했다.
(이때 여소장은 또 오해를 해서 나한테 건축물 검사 장비하고 배수펌프가 없다고 변상 하라는 식으로
말을 하더라..내가 캐비넷과 지하 4층 창고에서 해당 물건들을 찾아 주고 나왔지만 기분은 썩 좋치 않
더라..왜냐하면 이공기구들은 과장보다 기전기사들이 더 많이 사용 하고 여기 저기 위치를 옮겨
놓기 때문이다.)
그후에 지인의 지식산업센터에서 주차규정을 수립하기위해 비교용으로 옆건물들 규정이 필요해 음료수를 
들고 찾아 갔더니 공기구 변상 하라고 해서 기분 안좋아 가더니 이런 자료는 달라고 오냐고 이상한 말을 
하더라...

 

  경기 최남부의 소도시 안성의 동쪽 중심지는 죽산으로 죽주산성자락에 쌓여 있는 형태로 시내가 형성 되어 있다.
또한 그 앞으로는 아름다운 용설 저수지가 최고의 전원주택지로 각광을 받고 있고 그 옆으론 동아방송대학과 두원 공과대학이 자리 잡고 있다.

죽산시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가까운곳에 깔끔한 신축건물인 죽산 아트빌 7개동이 위치해 있다. 
아침 일찍 죽산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아들 조각남과 1학년 딸 조빛나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최화순은 한숨을 돌리고 네스프레소 커피 머신에 은은한 향의 버츄오 마스터 오리진 코스타리카를 내려 마시는것을 삶의 낙으로 삼고 있다.
C동 501호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 보며 풍부한 맥아향과 섬세한 곡물향의 완벽한 균형감을 느끼고 있을 즈음 고급스러운 주황색의 레이디 어브 샬롯이 흐드러지게 핀 화단가에 예사롭지 않게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고 있는 중년 사내에게 왠지 모를 호기심이 일고 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창으로 다가가 그사내의 동선을 따라가며 한참을 바라다 보고 있다.
오십대로 보이는 그는 때이르게 하얗게 세어 있는 머리카락에 반쯤 팔을 걷어 올린 셔츠를 입고 있었으나
흰 머리칼, 흰 셔츠와 대조적인 구릿빛 피부색이 그가 건강한 사내임을 들어내고 있다.
그모습을 넋놓고 바라보던 그녀와 눈이 마주친 사내가 왼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순간 초등학생 시절 문방구에서 무언가를 훔치다 주인에게 들켰을 때처럼 그녀의 심장은 쿵쾅 거렸고 볼이 붉어져와 얼른 창문을 닫고 말았다.

최화순 그녀는 40대 후반의 나이에 남편과 두남매를 둔 중년의 평범한 가정주부다.
그녀의 남편은 죽산 외곽 지대에서 소들 목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충분히 집에서 출퇴근을 할수 있음에도 임신한 소들을 밤세워 돌봐야 한다는 사명감에 목장 숙소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녀의 남편이 가정생활에 소흘하거나 다른 여자들을 바라보거나 한것은 아니다.
그저 평범하게 가정을 꾸려 나가는 중년의 아저씨일 뿐이다.
그녀의 자녀들은 학교에서 상위권이었으며 농어촌특례입학으로 서울의 최상위 대학에 진학 할수 있다는 신념 으로 밤늦게 까지 학원과 독서실에서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그녀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가끔 따분했지만 그정도의 매너리즘은 동내 여자들과 시내 베이커리 카페에서 수다를 떨면서 충분히 해소할수 있었으며 남편에 대한 큰 불만은 없다.

오늘밤 최화순은 평상시와 달리 늦게 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거리고 있다.  
굵게 휘어진 펌기의 흰머리카락이 매력적인 사나이가 자꾸만 그녀의 머리속을 어지럽히고 있다.
남편과의 20여년에 걸친 결혼 생활중 다른 사내에게서 이런 기분을 느낀것은 처음이다.

늦게 잠이든 최화순이 비몽사몽 잠을깨었을땐 이미 8시가 넘어 있었다. 착한 아이들은 벌써 등교를 했고
집안은 적막하기만 했다. 커튼 사이로 공작의 날개짓 같은 아침 햇살이 스치듯 들어서고 있다.
토스트와 커피로 아침을 때우려 했지만 식빵이 보이지 않는다.
간단한 세안과 옷매무새를 고쳐 입고 아트빌 앞 빠리바게뜨에서 빵 몇가지를 골라 되돌아 오는길에 그녀는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듯 멈춰서고 말았다.
장미꽃 화단에서 어제의 그가 옅은 블루톤의 셔츠를 입고 서서 그녀에게 왼손을 흔들고 있다.
끈적하지만 매력적인 미소를 머금은 사내의 갈색 눈동자가 그녀의 머리속으로 들어 오고 있다.
그녀는 그의 미소에 최면이라도 걸린듯 왼손에 들고 있던 빵을 오른손으로 바꿔 잡으며 왼손을 들어 응답하고 있다.
"저 혹시 최화순씨 아니신가요?"

그 남자의 이름은 조안환이다.
25년전 그녀가 L통신사에 처음 입사 했을때 그녀의 직속 선배가 바로 그였다.
친절함이 배어 있는 그의 이끔에 그녀는 회사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고 회사 체육 행사로 벌어진 팀별 골프 대결에서 조안환의 파워풀한 스윙은 그녀를 사랑에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그는 해외지사로 발령이 났고 송별식이 있던 밤에 고백할 기회조차 없던 그녀는 홀로 외사랑의 처절한 눈물을 흘릴수 밖에 없었다.
그후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가 외국 여자와 결혼 했다고 하는데 확인 할 방법은 없었다.

501호 창가에 그들은 마주 앉아 있다.
서로 그간의 안부를 물어 보기에 바빴다.
"안환 선배는 결혼 하셨나요"
"화순씨는 내가 결혼한것 처럼 보이나요"
일어선 조안환이 거실에 걸려 있는 가족 사진을 보며 "화순씨는 참 행복해 보이네요"라고 말했다.
"참! 선배는 결혼 생활이 다 그렇쵸 뭐,
누군가와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기로 결정한 순간 어떤면에서..사랑이 시작된다고 믿지만 사랑이 멈추는 때 이기도 해요"
"난 아직 싱글이에요..그리고 사진취재를 하기 위해서 여기에 왔고"
"혹시 화순씨가 매산리 석불입상하고 죽산리석불입상을 안내좀 해줄수 있어요"
최화순이 약간 망설이다 어쩔수 없다는 표정으로 "네 해드려야죠 제가 죽산초등학교 다닐때 소풍을 죽주산성 으로 갈때마다 지나던길이 미륵당 길이에요"라고하며 미소 지었다.

봉업사에 있는 죽산리석불입상은 죽주산성에서 결실된것을 이곳으로 옮겨온것이고 이곳에서 멀지 않은곳에 매산리 석불입상이 위치해 있다.
이 두개의 석불입상은 미륵궁예의 영향으로 세워진 것들중에 하나일수 있고 서민적인 온화한 인상이 
특징이라는 설명을 최화순이 하고 있고 조안환은 분주하게 사진촬영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만남은 몇일간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

그 몇일후 오후에도 둘은 사진촬영을 하기위해 약속이 되어 있다.
숙소인 죽산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가까운 호텔H를 나서 11시경 그린커피숍에 들른 조안환이 브런치를 음미하며 옆테이블 중년 여자들의 수다에 귀를 귀울이고 있다.
그녀들은 죽산아트빌 A동에 사는 여자가 가증스럽게 학교 남자 선생님과 바람을 피웠으니 자기들이 힘을 합쳐 아트빌에서 내쳐야 한다는 말을 모으고 있다.

조안환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몇집 안되는 공동 주택에서 여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배척되는 어려움을 겪게 하고 싶지 않으며 그게 두려 우면 사진촬영의 안내동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최화순이 설사 그런일이 생기더라도 지금은 선배와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2주뒤 조안환의 석불입상에 대한 취재와 사진촬영이 완료 되었다.
조안환과 최화순이 미륵당길을 걷고 있다.
조안환이 말했다.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오직 한 번만 오는 것이요,
나와 같이 하고 싶다면 내일 아침 9시까지 매산리사지 앞으로 나와 주시요"

그날저녁 장미꽃이 내려다 보이는 베란다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 최화순이 조안환에게 쪽지를 보냈다.
당신을 사랑하지만 지금의 가족을 버릴수는 없으니 자신을 기다리지 말고 그냥 떠나라는 내용 이었다.
조안환이 당신이 오든 안오든 나는 내일 9시에 그곳에 있으겠으며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와달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긴가뭄끝에 내리기 시작한 단비가 9시경에는 제법 굵은비가 되었다.
조안환이 걱정이된 최화순이 봉업사에 이르렀으나 뜬금없이 어젯밤 늦게 걸려온 남편의 "당신에게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오. 진심으로 사랑하오."라는 말이 그녀의 발길을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녀의 발길이 멈춰선 봉업사지에서 미륵당길을 따라 북쪽으로 약 700m 가면 작은 마을이 있고 한복판에 들판을 응시하고 있는 석조보살 입상의 얼굴이 보인다.
보호각으로 설치된 담장의 미륵당안에는 조안환이 우산없이 비를 한없이 맞고 서 있었다.

*뜬금없이 클린트이스트우드가 감독하고 주연한 매디슨카운티의 다리를 오마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오마쥬도 뭣도 아닐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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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두번째 시설업 근무지는 수원역에서 가까운 센트럴타운 3단지로 17개동 1,019세대로 제법 규모가 있는 아파트 였으며 첫번째로 진정한 의미의 과장 업무를 시작한곳이었다.
관리비 부과를 위하여 원격검침 자료를 다운로드 가공하여 전산 Xperp에 입력하는 방법조차 몰랐던 내가
관리과장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며 그것을 극복하는데는 전 직장동료로 같은길을 가고 있는 임돈모선배님의 도움이 아주 컸다.
그곳에서 1년여를 동대표회의에 참석하는등 정상적인 업무처리가 가능한 실력이 배양될 즈음
센트럴타운 3단지의 업무적 폐단이 지겨워 지기 시작했다.
현회장과 반대파 세력간의 기나긴 법정 다툼은 관리소 업무를 힘들게 했으며 일부 동대표들의 튀는 업무간섭은 도를 넘고 있었다.
특히 행정감사(정안식)라는 자는 전에 아파트 관리과장 경험이 있다고 하면서 어째서 부과내역서 사용량이
소숫점 3자리 이하까지 일치 하지 않냐고 따지기 일수 였고 일반 회사에서도 걸고 넘어 지지 않는 매월 공동구간의 전기사용량 증감분에 대한 세세한 분석을 요구해 왔다.
통상적인 범위에서는 통합적인 사용량의 파악은 가능하나 세부적인것은 계량기가 별도로 없기 때문에 거짓말로 하지 않는 이상 분석 자체가 불가능 하니 형식의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하니 동대표회의 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하는것인지 아니면 관리사무소를 영원한 을로 생각하는 것인지 큰 목소리로 강압적인 태도를 반복적으로 취했다.
(이자는 나중에 안것이지만 청소분야 재입찰시 전업체 부장의 폭로로 뇌물을 받은것이 밝혀져 다른 동대표
들에게 무릎꿇고 살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러한 강압과 아파트에서는 전혀 불필요해 보이는 과중한 행정 업무는 나를 힘들게 했고 1년을 채운뒤 다른곳으로 옮기기로 결심을 하였다.
사표를 쓰고 마직막 동대표 회의 참석후 전임회장의 몰락으로 선임된 신임 회장에게 인사차 잘 배우고 간다고 했더니 일만 배우고 가냐고 반문을 하더라..ㅎㅎㅎ

그후 3번째로 간 호매실의 삼익3차 아파트는 700세대로 지역난방 시설이 없어 관리가 훨씬 쉬우리라는
일반화 논리를 깨고 낡은 각종 설비로 잘못하면 대형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농후 했다.
발전기는 연료계통에 문제가 있어 연료에 물이 섞이고 있어 언제 멈출지 모르고 유압변압기는 노후화로 여름철 과부하시 폭발의 위험성이 있었으며 지하주차장은 폭우시 배수 시설이 낡아 전기실등 주요 시설이 침수될 위험성이 상존해 있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배수로에 별도의 수중 펌프를 임시로 설치해 작동시켰으나 그기동이 기전실 요원의 수작업으로 이루어져 감전의 위험이 있었다.
또한 인터폰 시설이 낡아 전체 세대를 대상으로 교체 해야 했으며 아파트 구역내에 있는 한전 고압 변전시설의 건물외 이전이 필요한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소방 주펌프는 작동 불능 상태로 이를 방치하고 있는것은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수 있었다.
그러한 문제점들 중에서 가장 큰것은 동대표회의에서 수리를 위한 큰비용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근근히 관리소직원들의 임시방편으로 버티고 있다는것이었다.
그러다 대형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든 책임을 관리소가 떠안게 될것이었다.

시설업 근무지가 내가 있을곳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고질이 되기 전에 가장 빠르게 전직하는게 최고의 선택
이라는 이분야 명언에 따라 2주일 만에 다른 후보자에게 인수인계하고 4번째 관리소로 옮겨 간곳이 
광교파크자이더테라스였다.
여소장이 있는곳으로 내인상이 좋다고 토요일 전임자로 부터 인수인계 받고 월요일부터 출근하라고 했다.
그곳은 기존의 아파트가 아닌 신개념의 주거 공간으로 서울에서 이사해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세대수는 268세대로 층이 4층 이하이고 동이 많은 광교산 자락의 쾌적한 삶의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입주자들의 시각에서 였고 관리소 직원들에게는 좋은 정보는 절대 아니었다.
아파트와 달리 지하 시설물 공간은 동마다 위치가 다르고 드넓었다.
처음 입사하여 지하 저류조에 들어간날 고장난 방류펌프를 수리하고 나오다 미로같은 공간에 갇히고 말았다.
핸드폰을 보니 통화 불가 지역이었다. 
어둡고 퀘퀘하고 기분이 불쾌하고 무서운 지하공간에서 한시간여를 헤메다 간신히 탈출 할수 있었다.
그후 모든 공간을 들어갈때는 퇴로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노끈을 끌고 들어갔다.
아마도 전임자는 분명히 이런 공간이 있는지 조차 알지 못했을듯 싶다. 
그러던중 봄철이 오자 테라스하우스에 걸맞게 광활한 조경시설에 잡초가 무성해 졌다.
하지만 광교파크자이더테라스 관리소에서 자체적으로 잡초를 제거하기에는 작업자수가 너무 부족했다.
그곳 관리사무소 직원은 소장, 과장, 경리, 교대주임 2명, 청소아주머니 3명, 외곽청소원 1명, 보안 4명등
13명 정도 였다.
여기서 13명 정도면 충분하지 않냐고 할것이다.
하지만 보안반장이 법률 운운하며 보안원을 다른 업무에 투입하면 불법이라고 강변하자 보안이 예초
작업에서 제외되었고 청소아주머니는 남자가 아니라 열외, 외곽청소원은 자기 고유업무하기도 벅차고
소장은 여자라 제외, 경리는 민원전화로 제외한후 교대비번자 마저 빼고 나면 잡초제거 및 예초 작업에 투입 될수 있는 인원은 과장(나)과 기전주임 딱 2명 이었다.
그러니 과장은 한달 가까이를 잡초제거만 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것이다. (교대기전주임은 2일에 1번만
작업을 한다)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여소장(임현자)에게 용병 할머니들을 투입하여 진행 하지 않으면 잡초제거는 거의 불가능함을 설득하여 2일에 걸쳐 외부인원을 투입하기로 하였다.
버스로 투입된 20명정도의 인원이 하루를 작업하자 50%정도의 잡초가 제거 되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 입주자 대표 회장에게 혼날것이 걱정이 된 여소장이
용병투입을 하루로 끝내 버린 것이다.
입주민을 위한 추석전까지 잡초 제거 작업은 어찌할것인가?
결국 예초기를 짊어메고 과장(나)과 기전실 직원이 도맡아 할수 밖에 없다 그것도 추석까지 2주를 땡볕에...
게다가 문제가 편의점 2+1식으로 발생 했다.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이 과장(나)한테 관리동에 있는 소나무 조경수에 본보기로 설치한 투광기를 본 입주민의 반응이 열화와 같으니 투광등을 추석전까지 전동에 설치하라는 특명이 떨어 진것이다. 
예초기를 돌리며 여소장에게 회장님의 특명대로 투광등을 설치 하려면 잡초제거 작업을 할수 없으니
그사정을 회장에게 말해달라고 하자 여소장의 표정이 바뀌며 사사건건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여자하고 싸우기도 뭐하고 해서 사표를 쓰겠다고 하자 그때부터 미안한지 낫한자루 들고 예초작업에
따라 다니기 시작했다.
생 고생끝에 예초작업을 끝내고 ...투광등 설치도 최소한으로 마친후 사표를 내고 돈으로 주지 않는다는
연차를 사용하기로 하고 같이 있으면 불상사가 날것 같아 가능하면 전기실등에 점검을 많이 나가자 대놓고 사무실에 앉아 있지 않는다고 경리 핑계를 대며 생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그럴거면 내일이라도 나갈테니 연차를 돈으로 달라고 내가 말하자 그렇게는 할수 없으니 마음대로 하라며
업무방해로 경찰을 부르겠단다.
나는 노동법에 해박한 보안 반장과 상의를 한후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 
내가 고용노동부를 찾아가겠다고 하자 여소장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연차휴가외에 추가로 내일부터 그냥 푹쉬다 나가란다.
관리업, 시설업에 종사하는 직원중에는 여자소장을 기피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이는 여자소장들이 별 중요하지도 않은 문제로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경향이 있어서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을 한다.
나는 이 한가지의 사례를 가지고 일반화 하는데 동의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리업 시설업에는 정말
특이점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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